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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8. 2020

첫 번째

청대 구곡 제1곡 우암대, 우암정

균형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외부의 관심사와 내면을 절묘하게 혼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나 슬픔과 고통 등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한편 그것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집중력과 공감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계된 다양한 일들에 진지하면서도 적절한 관심 속에 중용을 지키려면 타인에 대한 공감과 흥미를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역사를 살펴보면 중용을 지키면서 살고 자신의 흔적을 남긴 사람들의 공간을 볼 수 있다. 

청대 권상일 선생이 청대 구곡 중 제1곡이라고 칭했던 우암대위의 우암정도 그런 공간이다. 우암정에서 바라보면 금천이 흐르고 그 맞은편에 현리가 있다. 우암정은 우암 채덕동 선생이 제1곡 굽이에 은거하면서 우암대 위에 우암정을 세웠다고 한다.  

처음에 왔을 때는 연지가 없었는데 최근에 조성된 듯 연지와 함께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금천이 흐르는 산양면은 영강이 서부 경계를 흐르며, 그 지류인 금천이 면의 중앙부를 지나 남쪽으로 흐른다. 청대 구곡(우암, 벽정, 죽림, 가암, 청대, 구잔, 관암, 벌암, 소호), 석문구곡(농청대, 주암, 우암대, 벽입암, 구룡판, 반정, 광탄, 아천, 석문정)의 구곡 로드는 금천을 따라 만들어진다.  

오래된 기반 위에 자리하고 있는 우암정으로 올라가 본다. 건물이 오래되었는데 보수가 필요해 보였다. 목재라서 세월의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많이 낡아 있었다.  

구곡은 아홉굽이라는 뜻으로 물줄기나 산이 굽어진 곳으로 산속을 굽이굽이 흐르는 물줄기 가운데 풍광이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아홉 개의 굽이를 말한다.  

권상일은 일찍 깨우친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이끌기도 했으며 다양한 벼슬길에서 학문을 진흥시키기도 했다. 그는 이황(李滉)을 사숙해 「사칠설(四七說)」을 지어 이(理)와 기(氣)를 완전히 둘로 분리하고, 이는 본연의 성이며 기는 기질의 성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사람은 지금에만 있을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추론의 힘으로 과거와 미래를 떠올리고 이성의 힘으로 타인의 마음을 헤아린다. 이는 서양철학의 관점이지만 이황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은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하려고 한다. 영어 reason의 어원은 라틴어 라티오(ratio)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는 '견주기'라는 의미가 있다.  어떤 단위에 견주어서 상대적인 크기를 측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공자가 주로 말한 것은 인간의 품위였다. 위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군자라면 위엄이 있으되 사납지 않아야 한다는 그런 의미다. 힘이 넘쳐야 가능하며 당당하면서도 내재된 힘에 의해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다. 홀로 의미를 찾아갔던 한 사람 권상일과 그가 말했던 곳에 정자를 만든 채덕동 선생의 흔적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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