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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24. 2020

소제동

낡고 불편해도 사람이 먼저다. 

사람이란 자신에게 이득이 될 것과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을 생각하고 행동하기도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경향도 있다.  대전의 오래된 곳이면서 불편하고 좁고 낡은 지역이 여러 곳 있지만 그중에 대전역 뒤편에 소제동은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다. 재개발 이슈도 있지만 최근에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중로 1-236 4차선 도로로 인해 새로운 이슈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곳이 한참 도로공사가 진행 중인 대상지다. 도시 거점으로서의 도시 재개발은 도시의 거점이 되는 중요한 장소와 도시를 구성하는 각종의 기능이 복합되는 곳에 중점적으로 진행이 된다. 대전역이 코앞에 있으니 대상지로서의 소제동은 그 이유는 있다.  

나무로 만든 전봇대는 정말 오래간만에 본다. 전신주로서의 기능은 없어지더라도 나무 전봇대는 잘 보존될 필요성이 있다. 

바로 옆에서는 쓰러져가는 집이 있고 무척이나 낡고 귀신이 나올 것 같지만 바로 옆에는 나름 새로운 콘셉트의 카페나 음식점이 적지 않다.  뉴트로(새롭다는 ‘new’와 복고란 ‘retro’가 합쳐진 신조어)의 유행으로 많은 이가 찾는 곳으로 변모하며 상황이 달라지고 있는 곳이다.  

한 번 재개발이 된 곳의 옛 건물은 다시 복원할 수가 없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서 가져오면 모를까. 없어진 것은 그냥 없어진 것이다. 복원이 된다 하더라도 박물관처럼 죽은 공간이나 전시공간으로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소제동은 와보지 않았었다. 학교 다닐 때 소제동은 별로 좋은 기억의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친구가 이 부근에 살았는데 그다지 좋지 않은 환경과 사람들이 많았던 곳이었다. 

분위기만으로 50%는 만족하고 갈 정도로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대전에서 이런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도 새롭기도 했지만 대전역과 연계하여 관광지로서의 가능성도 충분해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낡은 대로 불편한대로 유지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더 이상 자본에 의해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곳에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나 대형 의류 브랜드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다. 

뭐 이런 곳이 다 있을까. 마치 필리핀이나 베트남의 분위기 좋은 곳에 가면 만날만한 분위기의 거리다. Buko Pie라는 파이를 파는 곳이며 차도 마실 수 있다. 파이 한 조각에 4,000원으로 6조각이면 24,000원이지만 카페가 아닌 곳에서 주문하면 한 상자에 15,000원에 사갈 수 있다. 코코아가 생으로 들어간 파이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한 상자를 구입해본다.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지나간 과거의 전통을 그리워하고 그것을 되살리는 흐름을 말하는 레트로는 복고주의를 지향하는 하나의 흐름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빠른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다 생긴 불안에 대한 반작용이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4차 산업, 스마트폰, SNS로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 낡고 불편해도 사람의 가치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기본이 저변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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