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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1. 2020

짬뽕 같은 논어

전북 순창향교를 거닐며

다양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식재료가 있어야 한다. 만약 식재료에 한계가 있다면 만들 수 있는 음식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깨달음 역시 다양한 분야의 공부가 있어야 그 깊이와 넓이가 넓어진다. 음식을 잘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은 음식도 먹어보고 식재료의 냄새와 색감 모든 것을 만나본 사람이다. 그래야 어떤 식재료가 좋은지 알 수 있고 어떤 것이 먼저 들어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양질의 책을 골라내고 필요한 정보만 정제하는 능력 역시 많은 것을 배우고 읽어야 가능하다. 짬뽕을 만들듯이 읽고 생각하는 논어는 어떤 것일까. 

순창에서 유명하다는 짬뽕집을 먼저 찾아왔다. 향교를 만나기 전에 경건하게(?) 짬뽕을 먼저 먹어본다. 야채와 해물육수가 베이스로 된 이 짬뽕은 우선 깔끔한 맛이 좋다. 해물도 적지 않게 들어가 있으면서 면발도 적당하게 육수가 스며들게 만들었다.  

고추장, 된장, 간장으로 유명하다는 순창은 한국의 장 이름에 대표성을 부여한 지역이기도 하다.  1413년(태종 13)에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창건되었다. 그 뒤 군수 김수광(金秀光)이 군 북쪽의 옥천동으로 이건 하였다. 순창의 장이 왜 맛이 독특하며 유명한가 보았더니 순창고추장은 이 지방의 기후조건, 물맛 그리고 제조기술이 어울려 내는 독특한 맛으로 예로부터 유명한 것이었다. 그래서 물과 관련된 공간이 적지 않다. 

옛 교육공간에서 배우는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소학 등은 모두 통째로 삼길 필요는 없다. 음식을 만들 때도 짬뽕이라고 해서 모든 재료를 다 넣지 않는다. 어떤 용도로 만들 것인가 혹은 쓰일 것인가를 생각하며 가려 넣어야 한다. 마음이 들어간 음식을 만들어야 맛이 좋듯이 진실이 들어 있는 말을 납득하기 위해서는 단단히 껴안아야 한다.  

순창은 사는 곳에서 거리가 있는 곳이어서 거의 와본 적은 없다. 순창이라는 지역명은 백제의 도실군이었다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757년(경덕왕 16) 순화군으로 고쳐 적성현·구고현을 영현으로 관할하게 되었다. 고려 초인 940년(태종 23) 순창으로 이름을 고쳐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질적인 생각을 배척하지 않고 다름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음식에서도 이질적인 재료를 배척하지 않았을 때 다양한 요리의 가능성을 볼 수 있듯이 이단을 배격하고 모두 같은 생각을 한다면 그 생각이 원인이 되어 잘되지 않게 되었을 때 잘되지 않는 것조차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한다.  

짬뽕과 깨달음은 전혀 다른 것이지만 많은 것을 알고 경험해본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이다. 갇힌 공간에서 비슷한 사람들에게 들려오는 정보만 듣게 되면 결국 그 틀에 갇히게 된다.  순창향교의 현존하는 건물로는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인 대성전, 정면 7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인 명륜당·동무(東廡)·서무(西廡)·동재(東齋)·서재(西齋)·내삼문(內三門)·외삼문 등이 있다. 외삼문은 솟을대문으로 중앙 칸 상부에 ‘옥천 유문(玉川儒門)’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것이 독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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