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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같은 논어

전북 순창향교를 거닐며

다양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식재료가 있어야 한다. 만약 식재료에 한계가 있다면 만들 수 있는 음식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깨달음 역시 다양한 분야의 공부가 있어야 그 깊이와 넓이가 넓어진다. 음식을 잘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은 음식도 먹어보고 식재료의 냄새와 색감 모든 것을 만나본 사람이다. 그래야 어떤 식재료가 좋은지 알 수 있고 어떤 것이 먼저 들어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양질의 책을 골라내고 필요한 정보만 정제하는 능력 역시 많은 것을 배우고 읽어야 가능하다. 짬뽕을 만들듯이 읽고 생각하는 논어는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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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에서 유명하다는 짬뽕집을 먼저 찾아왔다. 향교를 만나기 전에 경건하게(?) 짬뽕을 먼저 먹어본다. 야채와 해물육수가 베이스로 된 이 짬뽕은 우선 깔끔한 맛이 좋다. 해물도 적지 않게 들어가 있으면서 면발도 적당하게 육수가 스며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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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된장, 간장으로 유명하다는 순창은 한국의 장 이름에 대표성을 부여한 지역이기도 하다. 1413년(태종 13)에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창건되었다. 그 뒤 군수 김수광(金秀光)이 군 북쪽의 옥천동으로 이건 하였다. 순창의 장이 왜 맛이 독특하며 유명한가 보았더니 순창고추장은 이 지방의 기후조건, 물맛 그리고 제조기술이 어울려 내는 독특한 맛으로 예로부터 유명한 것이었다. 그래서 물과 관련된 공간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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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교육공간에서 배우는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소학 등은 모두 통째로 삼길 필요는 없다. 음식을 만들 때도 짬뽕이라고 해서 모든 재료를 다 넣지 않는다. 어떤 용도로 만들 것인가 혹은 쓰일 것인가를 생각하며 가려 넣어야 한다. 마음이 들어간 음식을 만들어야 맛이 좋듯이 진실이 들어 있는 말을 납득하기 위해서는 단단히 껴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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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은 사는 곳에서 거리가 있는 곳이어서 거의 와본 적은 없다. 순창이라는 지역명은 백제의 도실군이었다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757년(경덕왕 16) 순화군으로 고쳐 적성현·구고현을 영현으로 관할하게 되었다. 고려 초인 940년(태종 23) 순창으로 이름을 고쳐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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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인 생각을 배척하지 않고 다름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음식에서도 이질적인 재료를 배척하지 않았을 때 다양한 요리의 가능성을 볼 수 있듯이 이단을 배격하고 모두 같은 생각을 한다면 그 생각이 원인이 되어 잘되지 않게 되었을 때 잘되지 않는 것조차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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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과 깨달음은 전혀 다른 것이지만 많은 것을 알고 경험해본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이다. 갇힌 공간에서 비슷한 사람들에게 들려오는 정보만 듣게 되면 결국 그 틀에 갇히게 된다. 순창향교의 현존하는 건물로는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인 대성전, 정면 7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인 명륜당·동무(東廡)·서무(西廡)·동재(東齋)·서재(西齋)·내삼문(內三門)·외삼문 등이 있다. 외삼문은 솟을대문으로 중앙 칸 상부에 ‘옥천 유문(玉川儒門)’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것이 독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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