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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9. 2020

맑은 구름

소박하지만 맑은 기운의 사찰

여러 가지 길이 있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더디게 갈 수밖에 없는 길을 한 걸음씩 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몇 걸음만 간 다음 그곳에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보통 불도의 길은 오랜 시간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선 말기 한 고승이 충청도에 있는 계룡산에서 바라보니 서광이 비치는 곳이 있었다고 한다.  산세를 따라 내려오며 생각하기를 청하산(靑蝦山)이 보잘것없는데, 왜 이렇게 빛이 나는지 의심이 들었다고 한다. 그 고승은 사찰을 짓고 불공을 올렸다. 

제대로 된 노력을 해본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이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깨닫기도 하지만 경지에 오른 사람을 보고도 느낄 수가 있다. 하루하루를 그냥 살아가듯이 살아간 사람은 그 지점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바꿀 것이나 더 노력할 것을 못 느끼는 것이다. 

청운사는 사찰보다는 연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고승이 만든 사찰을 찾아온 보천 스님은 생불의 신선만이 올 수 있는 청운사에 와서 자기 수도가 부족함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관음전에 봉안하였다가, 지금은 별도로 보관하고 있는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이 있다.

청운사에는 중국 남송의 고승 보각선사가 40여 년간 설법한 내용을 모아 발간한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74호 『청운사 대혜보각선사서(靑雲寺大慧普覺禪師書)』가 남아 있다고 한다.  

참 조용하면서 한적한 느낌의 사찰이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았다는 스님의 이야기는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울림이 있다.  보천 스님은 불도의 연구와 실천을 위하여 좌선의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잠기어 도로인 인력 극한의 섭생으로 시련을 극복하여 불자가 되었다고 한다.  

때에 맞춰 왔는지는 몰라도 사찰의 이름에 걸맞은 맑은 구름이 하늘에 걸려 있다.   소박하고 정겨운 맛, 그 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장엄한 기운은 마음에 평안한 여유를 안겨주고 있는데 열과 성을 다해 정성껏 연을 가꿔온 주민들과 스님들의 땀방울 덕에 청운사의 여름이 오면 활짝 핀 백련을 볼 수가 있다고 하니 다시 때를 맞춰 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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