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스토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an 03. 2016

루거 권총과 아이폰

유니크한 매력은 거부하기 힘들다.

중국의 샤오미가 저렴한 제품만 생산할 줄 알았는데 고 퀄리티의 제품도 생산하면서 삼성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불과 2~3년만 있으면 샤오미의 위상은 삼성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아이폰은 아직도 그 위치가 공고하다. Why? 대체 폐쇄되어 있으며 자사의 플랫폼만을 고집해서 폰의 다양성도 다른 제조사에 비하면 형편없다. 그런데 아이폰을 한 번 쓰기 시작하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다른 제조사들 대부분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폰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아이폰은 배터리도 교환할 수 없어서 불편한 폰이라는 인식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삼성이 최근에 생산하는 폰을 보면 일체형으로 자신들이 추구하던 정책을 포기했다는 것을 보게 된다.


1,2 양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이 가장 좋아하는 전리품의 1위에는 루거 권총이 있었다. 반자동식 독일제 휴대무기였던 루거 권총은 7.65㎜와 9㎜ 구경으로 만들어졌으며 토글 이음쇠식 총미기관을 갖고 있었다. 08호 권총이라는 네이밍도 있었지만 그냥 제작자의 이름을 딴 루거가 더 유명한 권총이다.


루거와 아이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사용하는데 불편하고 고장이 나면 지랄 같으며 가격 또한 부품값으로 인해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특히 루거 권총의 경우 전장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실용성이 우선이었지만 루거는 인기가 많았다. 필수적인 기능을 제외하고 거의 탑재하지 않은 아주 불편한(?) 아이폰을 쓰는 것과 동일한 점 때문에 인기가 있었다.


타 권총들은 사용하기 어려운 드럼형태의 탄창을 사용하기도 했던 루거

루거와 아이폰이 공유하는 장점은 바로 디자인이다. 타 권총과 장전 방식이 달라 불편했던 루거, 안드로이드폰에 비해 다루기가 불편한 아이폰은 그립감이 좋고 세련되었다는 장점이 있다. 고장이 자주 나는 구조였지만 그보다 더 큰 매력이 있었던 루거와 고장이 나면 비싼 AS비용을 지불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폰의 공통점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연합군들 중 특히 전장에 먼저 투입되는 공수부대들은 이 루거를 전리품으로 얻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루거하나의 가치는 웬만한 고급시계의 가치를 넘어설 정도였다. 한국은 총을 보유할 수 없는 국가라 직접 볼 기회가 없겠지만 사진상으로만 봐도 그 시대 권총 디자인으로 볼 때 혁신적이었다. 그리고 손에 쥐었을 때의 그립감을 상상해보면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불편한 것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을 뛰어넘을 가치를 주면 사람들은 그 불편함을 충분히 감내해낼 준비도 되어 있다. 삼성을 보면 아이폰이 완성도와 디자인에 집중할 때 최대한 매출을 많이 일으킬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기에나 중요했지 지금은 카메라의 해상도, 구분도 잘되지 않는 OLED, 애매하게 케이스와 결합하여 만든 듀얼 LCD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루거와 아이폰은 처음 사용할 때는 불편하다. 그러나 한 번 익숙해지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고장이 나서 문제가 되는 기사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아이폰을 한 번 사용한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용한다. 한 번 사면 웬만한 AS를 해주는 삼성으로 갈아타야 할 텐데 AS비용 팩을 지불하더라도 아이폰의 사용을 고집하는 것은 결국 장인정신이지 않을까.


2016년에도 가격대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패턴은 여전히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는 프리미엄 제품은 여전히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우디 TT 3세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