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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4. 2020

일상의 특별함

완주의 오성 한옥마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부여할 수 있는 특별한 날들이 있다는 것은 상대에게 행복함을 선사하기 위한 의미가 있다. 자신이 스스로가 관리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불특정 한 다수를 만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던 일상이 특별해지고 있다. 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많이 모일 것 같은 곳은 피하게 된다.  한국이 3월 중순을 넘어 4월 초반에 잠잠해진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19는 경제적인 타격을 본격적으로 입히기 시작하는 장기전 양상으로 가고 있다. 유럽과 중남미, 중동, 미국 할 것 없이 영향을 미치며 있기에 수출 와 경기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특별하다고 생각한 날 어딘가로 가고 싶다면 조용한 곳을 찾는 것이 요즘의 분위기다. 이동은 대중교통이 아닌 개인차량을 이용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넓은 음식점을 찾게 되는 듯하다. 코로나 19 자체가 사람이 모인 곳을 워낙 좋아하는 터라 대도시가 아닌 사람과의 접촉이 비교적 적은 지역은 그 위세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두부로 유명한 완주의 한 음식점을 찾았다. 

최근의 분위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격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지인 역시 경기나 분위기 등으로 답답해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확 트인 곳으로 데리고 나왔다. 완주의 오성 한옥마을은 코로나 19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곳이었다. 원래 사람과 사람이 붙어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이런 때는 참 유용하다. 

완주는 그렇게 따뜻한 곳은 아니었는데 동백꽃이 눈에 뜨였다. 물론 서천 같은 곳도 마량리 동백꽃도 있지만 완주에서는 처음 본다. 

전국에 수많은 한옥마을을 갔다. 아마도 대부분의 한옥마을은 가본 듯하다. 완주에서 가까운 곳에 전주 한옥마을이 있지만 그곳보다도 자연 속에 묻어 있는 완주 오성 한옥마을이 더 좋다. 적당한 모던함과 자연스러움과 한옥의 고즈넉함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서 마음속의 평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카페의 자리 중 소양 고택이 보이는 창가로 자리를 잡았다. 이 건물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순간만큼은 방해 없이 풍광을 즐길 수가 있다. 게다가 널찍널찍한 공간 덕분에 사람과의 사이도 상당히 멀다. 다른 사람의 대화를 듣는 것 자체도 때론 스트레스다. 

커피와 레몬 진액이 담긴 에이드를 주문했다. 둘이 나란히 앉아서 바깥을 바라보면서 일상의 답답함에서 해방되어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 혹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전에 심리학을 공부할 때 사람과의 거리에 따른 심리의 변화를 본 기억이 난다. 사람이 모든 자원을 마음대로 사용할 것 같지만 우리의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크기의 바이러스가 생활을 위협하고 거리를 떨어트려놓는 것을 보면 인간 역시 자연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정말 좋아하거나 사랑하지 않으면 옆에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해진 듯하다. 아니면 필요에 의해서 사람을 대하는 업에 종사하지 않으면 말이다. 지인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은 차분해졌다. 

코로나 19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꽃은 피었다. 긴 겨울 견뎌낸 봄꽃이 이곳을 물들이고 있다. 완주의 오성 한옥마을의 화신(花信)을 앞다퉈 전하던 올해의 봄날은 예년의 봄날과 많이 달랐다

작년에는 이맘때쯤부터 4월, 5월 초까지 전국에서 열리는 꽃 축제의 소식을 전했는데 올해는 건너뛰고 있다. 

오성 한옥마을은 한옥스테이를 할 수 있는 다양한 한옥과 카페, 북카페, 미술관과 풍류학교 등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 속에 동선이 있어서 즐거운 곳이다. 분위기가 그래서 더 그런지 몰라도 올봄은 유독 매화가 고았다,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 곱게 화장하고 기다리는 아름다운 소녀 같다. 지인에게 꽃 이야기를 하니 그렇게 이쁘게 하고 오라는 소리냐며 묻기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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