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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5. 2020

연풍향교

삶의 바다를 헤쳐가는 배를 만드는 교육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파도에 휩쓸리기도 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그러다가 난파되어 다시는 사회라는 바다로 다시 나가지 못하고 주저앉기도 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자신만의 배를 만들 재료를 가지고 태어난다. 가정이라던가 학교, 다양한 교육의 공간에서 배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면서 동시에 배를 운전하는 방법도 배운다. 사람들의 수많큼이나 정말 다양한 모양의 배부터 동력원도 제각각이다. 능력 있는 부모가 배를 그럴듯하게 만들어준다 하더라도 그걸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결국 좌초하게 된다. 물 흐름에 따라 둥둥 떠다니는 코르크 병마개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괴산사과의 환한 웃음이 공간을 채우는 것 같은 이곳은 괴산의 연풍이다. 괴산의 연풍면은 산하 나를 두고 문경과 경계에 있는 지역으로 소백산맥의 영향으로 면 전체가 험한 산지를 이루며 신선봉(967m)·덕가산(850m)·구왕봉(898m)·시루봉(915m) 등이 솟아 있는 곳이어서 풍광이 남다른 곳이다.  

날이 유독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연풍향교가 있는 연풍면은 주변에 인기척은 없지만 교육이 무엇인가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곳이다.  근본적인 배움을 원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타인의 인정을 구하는 주체성 없는 사고방식에 강하게 호소하는 것과 같은 사고에 물들게 되면 사람들이 진정으로 품위 있는 인간이 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겉으로 나타나는 과시에 휩쓸리게 된다. 

연풍에서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연풍향교는 홍살문을 지나가면 외삼문이 나온다.  연풍향교는 1515년(중종 10)에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하여 창건되었는데 1950년 6·25 사변 때 명륜당이 소실되었으며, 1978년에 대성전을 중수하고 1979년에 명륜당을 중건하였다.

한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다 빼앗을 수 있으나, 단 한 가지 빼앗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인간의 마지막 자유다. 어떠한 환경에 놓이더라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고 자기 자신만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유일하게 빼앗을 수 없는 것이다. 향교의 교육은 자식을 주체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기도 했다. 부모는 자식을 자신의 배에 밧줄로 연결해서 끌어가다가 언젠가는 키를 넘겨주고 자신만의 뱃길로 항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연풍향교 쪽으로 걸어서 들어가 본다. 사람은 교육과 배움을 통해 평생을 자신의 배를 고치기도 하고 확장시키고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때의 지배를 받기도 한다. 지금 이때에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돌아보는 것이 좋다. 파도가 오기 전에 배를 수선하지 않으면 파도에 휩쓸린다. 

최근의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준비한 사람은 비교적 이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앞으로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고 그 불확실성은 배움에 대한 노력으로만 준비가 가능하다.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좁아졌다. 좁아졌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나 상황이 갑작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괴산 연풍향교(槐山 延豊鄕校)는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에 있는 향교로 1981년 12월 26일 충청북도의 유형문화재 제103호로 지정되었다. 연풍이라는 지역은 문경과 가까운 곳이기도 하지만 괴산을 축소한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곳이어서 마음이 편안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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