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Mar 21. 2020

바람이 불다.

사천의 갯벌 탐방로(부잔교)

근본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면 그 바람에 적당하게 같이 하는 것이 좋다. 바람이 부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으면 더 큰 바람에 의해 의지와 상관없이 밀려가게 된다. 바람이 불 때 바람개비를 보면 바람의 세기에 따라 적당하게 회전하며 바람을 이겨낸다. 바람이 세차면 세차게 회전하고 하늬바람이 불면 천천히 회전하고 불지 않으면 그냥 가만히 있다. 

사천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갯벌 탐방로에는 부잔교가 놓여 있는데 이곳은 금문리의 송지천과 아래로 백천이 흘러나오는 중간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물이 빠지면 갯벌이 드러나고 물이 차면 사천의 바다를 만나볼 수 있다.  아래와 위로 천이 흘러서 그런지 몰라도 금문은 물이 많은 곳으로 지명은 '검물'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사천을 대표하는 와룡산의 북서면인 도솔골과 심적골의 물이 백천골에서 합하여 배치와 신덕을 거쳐 내려오는 희내의 물이 많아서 검물이라고 부르다가 금문으로 변하였다는 곳에 갯벌을 탐방해볼 수 있는 부잔교가 놓여 있다.  바람이 세찬 날 찾아가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 정도는 받을 수 있다.  

바람을 이겨내며 아래로 걸어서 내려가 본다. 가만히 바라보면 주변의 갯벌생태를 살펴볼 수 있다. 부잔교에는 물이 들어찰 때 나갈 수 있도록 배들이 묶여 있다.   금문은 신석기시대의 유구인 조개무지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 무렵부터 사람이 거주하였음을 짐작할 수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덕분에 바람개비의 소리가 예사롭지가 않다. 부잔교를 처음 만나본 곳은 바로 군산에서였다. 물에 뜬 부두와 육지는 다리를 높아 연결시킨다. 이 때문에 ‘뜬다리’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뜬다리 부두는 서해안과 같이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해안에 주로 설치되는 해안 시설이지만 남해안에 자리한 사천에서도 볼 수 있다. 

물이 빠진 다음에 와서 그런지 몰라도 약간은 아쉬웠다. 밀물 때 오면 마치 물 위로 걷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위에서 흘러내려오는 옛날의 송지천은 물이 좋아 '용왕(龍王)멕임'을 많이 했다고 한다.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물이 찼다가 빠지면 빠지는대로 부두 자체가 수면 위에 떠 있기 때문에 바닷물의 높이가 변하더라도 문제없이 배가 접안할 수 있는데 그런것이 인생의 지혜가 아닐까. 

세찬 바람이 낮게 갈린 바다의 물에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바람이 부는 대로 밀려갔다가 밀려오고 나아갔다가 다시 들어간다. 부유구조물인 부잔교는  조석간만의 차가 심한 곳에서 많이 이용되는데 부두에서 어느 정도 바다 쪽으로 들어가 폰툰을 띄워서 그것과 육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시를 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