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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3. 2016

고집과 신념은 다르다.

최고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다. 

고집과 신념은 사전적인 정의부터 다르다. 

고집 '자기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지켜서 우김'

신념 '어떤 사상이나 생각을 굳게 믿으며 그것을 실현하려는 의지' 


고집이나 신념 둘 다 굳게 지키거나 믿는다. 난 한국의 자영업자 폐업률을 보면서 그것이 과연 사회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오랫동안 맛집과 관련한 글을 쓰면서 수많은 음식점을 다니고 수많은 자영업자를 만나왔다. 95% 정도의 사람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신념이 없다는 사실이다. 막연하게 돈을 많이 번다는 신념이 아니다. 음식점에 가보면 어떠한 노하우도 안 보이고 왜 자신이 그것을 해야 하는지 자신 스스로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노하우 없이도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하고 상당수가 치킨집이나 편의점 같은 것을 하게 된다. 신념이 없이 할 수 있는 자영업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치킨게임에 들어가게 된다. 대다수의 자영업자가 폐업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고집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타협을 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맞는 말을 하더라도 그것은 중요치 않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자신만의 틀에 갇혀서 남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겁쟁이다. 신념은 강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길을 걸어가긴 하되 끊임없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다. 


신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스스럼없이 다른 사람에게 손(돈 같은 것을 빌린다는 의미는 아니다.)을 내민다. 자신이 못 나서가 아니라 같이 갈 줄 아는 사람이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어느 분야이던지 한계를 넘어서면 '凡人'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凡人'이 보기에는 그 세계는 손에 잡히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꿈과 같은 세상이다. 너무 높은 뜻은 그들에게 위험하게만 보이기 때문이다. 신념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제외하고 사소한 것은 별 의미 없이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중요한 것 같아 보이는데 대충한다. 


한국 사회 상당수의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은 조금 일하고 돈은 많이 벌고 싶어 한다. 그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내가 인생의 끝에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가 아니라 언제까지 직장에 다닐 수 있고 노후에는 어떻게 살아갈까이다. 물론 생존을 위해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근시안적으로 살다 보면 신념은 없고 고집만 생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집만 생긴다고 말하는 것이다. 젊은이와 노인의 차이는 나이가 아니다. 고집의 벽이 너무 높아져서 누구의 말도 듣지 않게 되면 노인이 되는 것이다. 


책은 안 읽어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안다는 '마지막 잎새'를 쓴 작가는  오헨리다.  오헨리는 1898년 자신이 일하던 은행의 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5년의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그런데 원래 이름은  오헨리가 아니다. 죄수의 신분으로 본명을 드러낼 수 없어서 붙인 이름으로 자신이 복역했던 '오하이오 주립 형무소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고 그곳의 교도관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다. 누명을 쓰고 시작한 작가 생활에서 쓴 작품은 언제 햇빛을 볼지 기약도 없었지만 세상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자길 믿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쓰지 않았을까. 그것은 신념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는 건 고집이 아니다. 


가난한 작가였던 도스토예프스키는 세 라반 테스의 '돈키호테'를 천재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책 가운데 가장 위대하고 가장 슬프다고 평했다. 엉뚱해 보이는 사람을 두고 돈키호테라고 말한다. 자신이 기사라고 착각하고 세상의 부정을 바로잡기 위해 한 발을 내디딘 돈키호테를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고집스러운 사람은 자신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신념 있는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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