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사랑은 그렇게 거꾸로 간다.

01-7. 미세한 감정선의 결

이른 아침 세준은 그녀가 좋아했던 커피숍의 커피를 사 와 뜨거운 물을 내려 한 모금을 마셨다. 뜨거울 때 커피잔에서 나오는 김은 향을 품고 공간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것도 있고 보이는 것도 있다.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남자와 여자는 너무나 많이 다르다. 어떤 것을 거르기 위한 체로 비교하자면 남자가 가진 감정의 체는 듬성듬성해서 큰 것들만 걸러내면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지만 이성과의 관계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할 수 있는 미세한 것들을 지나쳐버린다. 그렇지만 여자가 가진 감정의 체는 매우 조밀해서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걸러내면서 이성과의 관계를 더디게 만들지만 관계의 듬성듬성한 부분을 채우면서 풍성함을 만들어진다.


남자는 관계의 지나침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계의 디테일함은 잘 놓친다. 그것이 후손을 많이 생산하여 종족을 보존하게 만드는 데는 매우 효율적인 본능이지만 선사시대에나 유효한 것이었다. 여자는 관계 자체의 순간이나 아주 미미하지만 모든 것에서 메시지를 읽어낸다. 남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사소한 것들을 여자들에는 다른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이성을 선택한다. 남자는 외모나 나이 등의 단 적이 몇 개만을 가지고 판단한다면 여자는 모든 것이 다면적이고 복합적으로 상대를 본다. 남자의 대부분이 그런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면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정해놓은 경제력이라던가 미래를 보고 나머지를 포기하는 것이다.


세준은 그녀를 보면서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강인하면서도 화려한 외모 속에 미세한 감정선의 결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심코 했던 행동들이 그녀에게 어떤 느낌을 받게 간과했던 것이 아닌가란 고민을 했다. 다시 돌아보면 세상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철저하게 벽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있었던 너무나 여린 마음의 소녀는 모든 여자들의 실제 모습이다. 여자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소녀이고 싶다는 의미는 그 여리고 여린 마음을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통 여자와 남자의 첫 번째 관계는 여자가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물론 강제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수동적으로 시작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남자가 그토록 원한다면 관계를 시작하는데 그것은 관계의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행복에 대한 생각 등이 불안정한 상태다. 남자는 성인인데 뭘 그렇게 많이 생각하는가를 반문하겠지만 여자란 존재는 그렇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여자가 보는 남자는 폭력적이고 자기 위주로 생각을 하며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존재처럼 보인다. 그녀와 이야기했던 n번방은 그런 폭력성이 극대화되어 제약 없이 풀려난 집단의 일탈이며 사회적 책임을 나누었기에 더 죄책 감 없이 할 수 있었던 범죄집단화라고 볼 수 있다.


세준은 침대에서 그녀를 보면서 의아했었다.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무나 여리면서 어리고 아름다웠다. 술에 취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모습이 너무나 달라 보였다. 밖에서 보아왔던 그녀와 전혀 다른 모습에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알아왔던 그녀가 아닌 그 벽안에 존재해 있었으며 상상으로만 그려볼 수 있었던 여자의 모습에 시간이 멈춘 듯 그냥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그 여자는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이성과 이성은 천천히 다가갈수록 잘 볶아진 커피콩에서 나오는 향과 같은 진한 향을 느낄 수 있었다. 사회가 자극적이면서 메마르고 잔혹한 범죄사건들이 일어나지만 그 속에서 사랑의 이야기만큼은 그 모든 것을 치유할 정도로 강한 힘을 가졌다.


이제 그녀 없이 인생 글의 마침표를 찍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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