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사랑은 그렇게 거꾸로 간다.

01-8. 데미안

세준은 다음의 수업자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신학기를 맞이하여 20살이라는 성인의 대열에 들어서게 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었다. 그는 오래간만에 책장의 한편에 꽂혀 있는 데미안을 꺼내었다. 불안과 좌절에 사로잡힌 청춘의 내면을 다룬 데미안은 열 살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되기까지 고독하고 힘든 성장의 과정을 그리고 있기에 참고자료로 적합해 보였다.


지난해 사람들은 많은 경험과 충격 혹은 사람과의 사이에서 인간의 고뇌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원하던 원하지 않든 간에 고독이 무엇인지 제대로 경험하게 만들었다. 보통 사람들은 그 고독에 잠시라도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사람과의 관계 형성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던지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자신을 가두기도 한다. 마음속에 물결이 한번 일기 시작하면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향을 가지고 흘러간다.


데미안에서 핵심이 되며 자주 인용이 되는 챕터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시스다."


사람들은 파괴라는 단어에서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파괴되는 것에 대한 큰 두려움을 가진다. 파괴하는 것은 비우는 것과 동일한 의미라고 받아들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채우기 위해서는 비우지 않으면 안 된다.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깨부수어야 한다.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나는 것이다.


데미안에서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표현한 것처럼 순진성 혹은 불안, 충동, 아름다움들이 모두 가진 양면을 지닌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잘 대답하는 편이지만 어떤 존재가 될 것이냐고 물을 때 명확하게 대답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생업을 위해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가 아닐까. 지금까지의 교육시스템이 지향하는 것은 자본독재시대에 적합한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었다. 승자독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세준은 학생들에게 그만큼 절실하게 행복한 사랑을 원한다면 그만큼의 관심을 정치에 가져야 된다고 자주 말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세 들어서 장사를 하는 건물의 건물주보다 세금을 더 내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가진 사람들이 세금을 덜 내는 비합리적인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것인 정치인들의 몫이다. 우리의 실생활에 사랑보다 정치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는 이상 사회의 실현을 꿈꾸기도 했으며 비인간성이나 사회의 문제를 작품 속에서 썼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사랑을 하듯이 세상에 주고, 세상과 관계하고 싸움을 시작하기를 갈망하는 것처럼 사랑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데미안에 있었다. 사랑의 온도는 나무가 한번 태워져서 만든 숯의 온도처럼 은근하면서도 그 속에 뜨거움을 품는 것처럼 태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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