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사랑은 그렇게 거꾸로 간다.

01-9. 사랑의 상수는 통제할 수 없다.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완벽할 필요도 없고 완벽할 수도 없다. 완벽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조건뿐이다. 조건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된다. 선희는 어렸을 때 행복은 조건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조건은 다른 의미의 책임이 뒤따랐다. 사랑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책임감이 있다. 책임감이 있다는 의미는 최소한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로 든 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처지가 위태로운 사람이 육체적인 것이나 이성에 끌려서 사랑을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사랑할 자격은 자신이 바로 서고 온전하게 상대를 바라볼 수 있을 때 생긴다.


길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어떤 목적에 의해 오가곤 한다. 선희는 베트남을 여행 갔을 때 비용을 아낄 요량으로 절반의 패키지가 포함된 여행을 선택했다. 당시 일행 중 몇 명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를 가는 거예요?"

넉살 좋은 가이드는 웃으면서 적당히 넘기듯이 말했다.

"잘 모르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오토바이가 주요 이동수단이고 어디론가 가겠죠?"

"그래요? 사람들 참 많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네요."

"자동차는 비싸서 중산층이라고 해도 구입하기가 힘들어요."


그들의 질문에는 베트남이라는 국가를 아래로 깔아보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경제적인 후진국 베트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오토바이를 타고 이유 없이 어디를 가느냐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왜 자신이 어떤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것에 보상 감을 느끼는지 궁금할 때가 많았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학성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았다. 선희는 적지 않은 남자들을 만나면서 우월함으로 자신을 대하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선희는 오래간만에 해외여행을 떠나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했지만 이제 잠잠해지면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의 저유가가 있었지만 여행업이 활성화되면서 원유의 30%를 소모하는 항공기가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서브 텍사스유와 북해산 브렌트유, 중동 두바이유의 구분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미래 주식의 가치를 떠들어대기도 했다.


초고속엔진이 밀어내는 비행기의 추력을 잠시 느끼는 순간 공중으로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비행기가 한 번 하늘로 날기 시작하면 이제 지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가 않다. 사랑 역시 뜨기 전까지가 힘들지 한 번 뜨게 되면 착륙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가 않다. 사랑에 빠지면 남녀 간에는 상수가 생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상수와 달리 사랑의 상수는 통제가 되지 않는다. 논의나 연산에서 변하지 않는 양의 수학의 상수와 달리 지속으로 변한다.


저 아래로 펼쳐지는 대한민국의 땅을 본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다른 국가로 가는 것도 즐겁지만 하늘을 날 수 있는 이 순간은 특별하다. 사랑이라는 것은 비행기를 타고 저 아래를 쳐다보는 것처럼 붕떠 있는 느낌과 비슷하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고 아련하며 기대가 된다. 사랑을 하면 항상 변수가 생긴다. 나의 마음에서 만들어지는 변수뿐만이 아니라 상대에게 생기는 변수도 예측할 수가 없다. 게다가 정해져 있을 것 같은 상수조차 통제되지 않으니 힘들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홀로 내딛을 때에도 그림자처럼 스며들어가 있어주는 것. 그를 바라보고 있는 순간 그가 나를 보는 것인지 내가 그를 보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하는 그런 사랑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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