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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0. 2020

산책

신탄진 공원

신탄진을 지나가는 고속도로를  수없이 가보았지만 고속도로를 오가는 차량을 내려다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신탄진에서 대덕테크노벨리로 넘어가는 길목에 덕암야구장과 축구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 옆으로는 조용하게 걸어볼 수 있는 산책로와 나지막한 야산으로 걸어볼 수 있는 등산로가 만들어져 있다. 

살아가면서 저렇게 명확하게 이정표가 있다면 얼마나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한 번도 걸어가 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무엇이 나올지 불안한 일이기도 하지만 알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만들면서 다채롭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덕암야구장으로 갈  수 있는 이정표를 보고 올 아오니 생각지도 못한 탁 트인 공간이 나왔다. 신탄진 IC의 뒤쪽에 자리한 이곳은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색적으로 느껴진다. 신탄진에서 이런 곳이 있었던가. 

상쾌한 공기가 가득한  아침 산책길이나 따뜻한 햇살이 에너지를 채워주는 것 같은 오후 산책길, 해가 넘어가면서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저녁 산책길은 모두 예외 없이 산책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봄에는 길가에 핀 조그마한 꽃과 나무에서 가득 피어난 봄꽃까지 산책이 안겨주는 즐거움과 깨달음 덕분에 우리는 행복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대전 도심에서 걸어볼 수  있는 산책로와는 느낌은 다르지만 걷기에는 부담감이 없다. 산책은 기억력과 판단력, 계산력을 총칭하는 인지기능의 퇴화를 막아서 치매 위협마저 줄여준다고 한다. 

길목에 피어있는 꽃들을 보니 사소하지만 마음에 평온이 느껴진다. 가슴을 활짝 펴고 숨을 깊게 쉬며 걷다 보면 깊은 호흡으로 몸이 이완되며 마음이 열리기 마련이다. 공원이나 숲길을 산책하는 것이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고 한다. 

위로 올라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고속도로를 끊임없이 오가는 차량들이  눈에 들어온다. 산책을 통해 뇌를 단련하고자 할  때는 익숙한 길보다 새로운 길을 걷는 것이 좋으며 느긋한 걸음보다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20분 넘게 걷는 것이 좋다고 한다. 

덕암야구장으로 올리기 전에 다른 길로 돌아가면 등산로가 나온다. 덕암야구장으로 넘어가는 길목은 목상동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비는 식물을 씻어주고 식물은 걱정을 씻어준다는 말이 있다. 자연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나무와 식물을 만나게 된다. 요즘은 원예치료라는 말이 널리 쓰일 정도로 식물의 치유력을 높게 사는 추세다. 말없는 나무와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는 심연에 갇힌 스스로에게 곧잘 침착해 들어간다. 요즘 스트레스로 모두들 갑갑해하고  있는데 주변에 있는 이런 숨은 공간을 찾아 산책을 하며 기분을 풀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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