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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5. 2020

19년

영동천심월(影動天心月)의 깨달음

곶감으로 유명한 고장 논산의 양촌면에는 조금은 특별한 사람의 묘소가 있다.  연담(蓮潭) 이운규(李雲圭)로부터 ‘영동천심월(影動天心月)’이라는 화두를 받은 후, 19년 동안의 오랜 구도 끝에 깨달음을 얻고 그린 역(易)의 괘도로 정역(正易)의 바탕이 된 그림을 남긴 김항선생의 묘소다. 사람이 가진 능력을 가지고 진득한 깨달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있다. 현대시대의 사람들은 너무나 단시간에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김항선생은 조선 후기 정역(正易)을 집대성한 논산 출신의 학자로 본관은 광산(光山). 자는 도심(道心), 호는 일부(一夫). 부인은 여흥민씨(驪興閔氏)였다. 김항 선생 역시 광산김씨로 조선시대 들어와서도 광산 김씨는 명문가로 명신과 학자들이 많이 배출되었는데 최고의 영예인 문묘 종사와 종묘 배향을 동시에 이룬 6현 중 하나인 김집을 배출해 6대 국반(國班)의 대열에 올랐다. 

저 앞에 자리한 묘소가 김항선생의 묘소다. 소박하면서도 양지바른곳에 자리하고 있다. 홀로 완벽한 것 같지만 음양의 조화가 균형적으로 이루어져야 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한다. 정역에서는 그 배치가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으므로 음양의 조화가 실현된다고 본다. 문왕팔괘에서는 음양이 조화를 잃고 있고 있으나 정역에서는 천하의 올바른 윤리가 세워질 뿐만이 아니라 음양이 완전한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양촌에 잠들어 있는 김항은 스승이 남긴 오언절구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그 노력은 19년이라는 세월을 통해 열매를 맺었다고 한다. 서전(書傳)과 주역(周易)을 탐독하고 영가(詠歌)와 무도(舞蹈)를 통한 정신의 개발 등에 정진한 끝에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으며 지금도 그 흔적이 이어지고 있다. 

후천의 바른 역으로 한국 중심의 새로운 선경(仙境)이 건설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정역을 보면 요즘 한국이 코로나 19의 대처로 국제사회에서 주목받는 느낌과 유사해 보인다. 

김항선생의 묘소를 둘러보고 아래로 내려와서 양촌 벌곡을 흘러가는 천을 조용하게  바라보았다. 

양촌면에는 다양한 마을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대추가 많이 나는 마을이라는 본장리와 마을에 살던 부호김씨가 행인들이 쉬어가도록 정자를 지어주어 행인들의 휴식처가 되어주었다는 도정골과 인내장터 동쪽 내 건너에 있는 장터마을의 건너장터등의 지명이 지금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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