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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8. 2020

매향(埋香)

사람이 원하는 향기

파트리트 쥐스킨트라는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 향수가 있다. 그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은 상당히 색달랐다. 사람은 눈으로만 보는 것 같지만 눈보다 더 먼저 코로 느끼고 향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그걸 속이기 위해 향수를 많이 뿌리기도 하지만 사람이 가진 향기는 향수를 아무리 진하게 뿌리더라도 숨길 수 없다. 그것은 분위기일 수도 있고 품성일 수도 있고 품격일 수도 있다. 향(香)은 서양에서는 악취를 감추기 위해 출발한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동양에서는 향기가 많은 나무진·나무 조각·나뭇잎 등으로 만들어 불에 태워서 향기를 피우 것으로 전해져내려 왔다. 

향(香)이라는 한자를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봄에 향긋한 매향(梅香)과 백성들의 염원을 빌어주는 매향(埋香)이다. 오래전 중국에서 향물(香物)을 보내왔는데 이를 불에 사르면 향기가 몹시 풍겨 신성(神聖)에 정성이 통한다고 하였던 것을 보면 매향의 문화는 아주 오랜 시간을 가지고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백성이 원하는 향의 비유로써 석가 설법의 내용을 나타내는 것이며, 향의 신성(神聖)으로써 종교의식의 내실을 삼으려는 데 그 근본이 있다. 

오래간만에 안국사지를 찾았다. 사찰이 없어지고 불상과 백성들의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매향비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안국사지의 배바위에서 매향 비문은 비교적 최근에 발견이 되었다. 매향비는 미륵신앙을 담은 의식으로 고려 때 많이 매향비가 세워지기도 했는데 매향 의례는 당시 민중의 염원을 형식적이나마 풀어주려는 노력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매향비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향을 믿고 미륵 오기를 기원하면서 세운 비문으로 삼일포 매향 비문에는 삼척현 맹방촌에 향나무 150주를 심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의 매향비는 모두 바닷가에서 발견되었는데 당진의 기시시 줄다리기에서 비녀목을 매년 물에 담가 두었다가 쓰는 것으로 보아 침향을 재활용하였다. 불교에서는 향냄새를 5진(塵) 즉 5경(境)의 하나라 하였고, 이는 코로써 취하는 대상물로 인식되었다.

매향은 지방의 말단 사회를 이루는 발원자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위기감을 반영한 민간신앙에서 나왔다.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마치 큰 갓을 쓴 것처럼 혹은 우산을 쓴 것처럼 보이는 이 불상의 형태는 독특해 보인다. 삼존불은 수없이 많지만 당진 안국사지의 본존불은 다른 불상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주변에는 봄에 피는 꽃이란 꽃은 모두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많이 보인다. 시대마다 위기가 달랐고 민중들 역시 그 고단함을 이겨내기 위해 희망을 가졌을 것이었다. 

조금은 부정적인 말로 향내 맡고 싶냐고도 쓰이지만 향이라는 의미는 좋다. 안국사지에는 '석조여래 삼존 입상'과 '안국사지 사층 석탑‘이 있는데 각각 보물 제100호와 제101호로 등록되어 있다. 안국사지가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어떤 시기에  찾아가도 모두 아름답기 때문이다. 봄에는 수선화가 가득하여 안국사지를 찾게  만들고 있다. 


By. P.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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