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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8. 2020

아치 (arch) 구조

문화재로 자리 잡을 대전 아치 다리

도면이라고 하면 20대에서 30대 초까지 많이 그려본 기억이 난다. 자격증 공부이기도 했지만 그냥 호기심이나 재미에 의해 공부한 이유도 있었다. 도시와 관련된 시험은 토목기사, 토목산업기사(토목기사 2급), 건축기사, 건축산업기사(건축기사 2급), 도시계획 기사, 조경기사, 실내건축기사가 있는데 모두 공부하고 도면도 그린 경험이 있다. 특이한 것은 토목과 건축기사는 도면을 그리는 2차 시험이 없다. 구조 분석과 물량 계산만 있을 뿐이다. 도시계획 기사는 조금 먼 관점에서 러프하게 도시를 그린다면 건축은 말 그대로 건축물에 국한되어 그리며 조경은 수목이나 식재 등에 국한된 국한된 조경설계를 그리며 실내건축기사는 다양한 용도의 실내건축을 위한 도면을 그린다. 여기서 아치구조 같은 것을 그려야 하는 분야는 토목이다.

토목을 영어로 말하면 시빌 엔지니어링이라고 부른다. 이런 아치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바로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치는 분명 로마가 낳은 최대의 발명품이자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이었다. 그 구조 자체로도 많은 하중을 견뎌낼 수 있다. 로마의 아치는 구조적 우수성과 형태적 가변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인데  서양 고전주의 건축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물론 길치 근린공원의 구조는 로마의 홍예돌이라고 부르는 쐐기 형태의 부재를 반원형으로 이어 붙여서 만든 것은 아니지만 구조는 분명한 아치구조다.

장 스팬이 필요한 구조물이 필요한 것은 다리와 수로다.  평지를 달리던 길이 강을 만나고 계곡을 만나면 이어줘야 했을 때 아치가 큰 역할을 했다. 경부고속도로로 사용되었던 이 구조물은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토목 건축사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격증의 도면을 그릴 때 철근을 비롯하여 구조물에 대한 계산을 하여 도면을 그리게 된다.

이 대형시설물은 길이 20미터, 높이 35미터에 달하며 1969년에 세워져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차량통행을 시작했다. 당시에 이 건축물은 가장 높은 아치형 다리였다. 토목 건축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1999년 노선 조성으로 차량 통행될 때까지 사용되었다. 문화재청에 의하면 대덕구 길치 근린공원에 자리한 이 다리가 등록문화재로 지정이 예고가 되었다.

근린공원 같은 곳을 돌아다니면 조경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조경설계를 위한 기술은 수목을 아는 것과 식재를 알아야 한다. 도면은 다른 시험의 도면보다는 작은 편이다. 실내건축기사의 도면을 그리는 것과 비슷했던 것 같다.

이곳에는 근린공원이 만들어져 있어서 걷기 위해 찾아오기도 하지만 아치형 구조의 저 다리를 보기 위해 가끔 오기도 하다. 게다가 한 바퀴 돌고 목을 축일 수 있는 약수터가 있는데 물이 잘 나와서 좋다.

길치 근린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다리를 바라본다. 상당히 오랜 시간 아치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구조로 끊임없이 사용되었다. 로마 시대에는 제국 내에 이런 식으로 수없이 많은 다리를 세웠는데 그중 일부는 지금도 거뜬히 서 있어서 잘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대덕구 길치 근린공원의 아치 다리가 등록문화재가 되었으니 오랜 시간 이 자리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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