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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8. 2020

텃밭

바지런해야 할 수 있는 것들

어머니가 가끔씩 말하는 것이 있다. 텃밭이 있는 집을 가지고 싶다는 말을 오래전부터 희망처럼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어머니는 텃밭을 한 번도 운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그 정도까지 바지런한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집 주변의 텃밭을 분양받아 한 번 해보면 아마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해드린다. 실제 필자가 2년 정도를 오래전에 두 평 남짓한 텃밭을 운영해본 적이 있었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것이 텃밭이다. 다양한 채소와 고구마 등을 키워봤는데 나름 재미도 있었지만 회사 다니면서 하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어찌나 잡초들이 빨리 자라는지 2일만 모른채하면 난리가 난다. 

대전의 다른 지역도 있겠지만 대덕구에는 놀리는 땅(?)에 텃밭이 운영되는 곳이 많다. 대덕구 경제과에서 관리하여 운영하는 이곳은 대전 근린공원이나 이곳 송촌 생활체육공원과 같은 곳에 만들어져 있다. 기본적으로 호미라던가 물통과 가래 등의 농기구도 공유해서 사용을 한다. 

경쟁률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텃밭이 빈틈없이 모두 차서 운영되는 편이다. 사람마다 키우고 싶은 작물을 키우면 된다. 모종은 근처에 있는 전통시장에 가면 구입할 수 있다. 씨를 뿌려서 키울 수도 있지만 안정적으로 키우고 싶다면 모종을 심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분양받은 사람들의 성격을 볼 수 있는 텃밭의 이름이 보인다. 가족의 이름을 붙여놓기도 하고 자식의 이름을 붙인 것도 볼 수 있다. 

이곳 바로 뒤로는 경부고속도로가 있는데 방음벽으로 소리는 많이 들리지는 않는 편이다. 텃밭을 운영해보면 알겠지만 무언가를 수확할 때의 기쁨이 어떤지 알 수 있다. 터앝은 땅과 관련된 우리의 말이다. 손바닥만 한 땅이라도 그냥 놀리지 않고, 찬거리가 될 만한 채소 따위를 가꾸는 땅이 바로 터앝이다. 

오래간만에 농기구를 바라본다. 물통에 물을 담아서 뿌렸던 옛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주로 많이 재배하는 채소는 상추일  것이다. 텃밭에서 풍성하게 자라난 상추는 계속 따다 먹어도, 매번 끈질긴 생명력을 뽐내며 자라나 있다. 마치 나무처럼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했던 적도 있다. 

무장애길은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길이든 도시 근린공원등에 만들어진 무장애 텃밭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누구나 도시농업에 참여할 수 있는 차별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만약 정신적으로 우울함이 있다면 텃밭을 가꾸는 것은 도움이 된다. 하루하루가 바쁘지 않으면 텃밭을 가꾸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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