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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0. 2020

선녀와 나무꾼

한적한 진천 잣고개 산림욕장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여자를 얻기 위한 아주 평범한 소시민 혹은 백성의 이야기로 대표되는 고전적인 이야기다. 사람들이 그냥 스쳐서 지나가는 공간으로 진천의 잣고개라는 곳이 있다. 이름하여 잣고개 산림욕장이라고 붙여져 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잣고개 산림욕장으로 데크, 옹달샘, 연못, 지압보도, 초정, 야생화등이 심어져 있는 곳으로 봉화산으로 연결해서 등산도 해볼 수 있는 곳이다. 

잣고개 산림욕장의 옆에는 한국전쟁의 참전을 기념하는 격전지비가 세워져 있다. 잣고개는 중부지방의 전략적 요충지로 국군과 북한군의 대격전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름으로 예상해볼 수 있듯이 잣고개는 잣나무가 많은 고개로 풀이하기도 하지만 성(城)의 뜻도 있듯이 성 밑에 있는 고개로 풀이할 수 있으며 옛 문헌에서도 살펴보면 주변에 성이 있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고 한다. 6·25 전쟁 때에는 당시 수도사단장이었던 김석원(金錫源) 장군이 이끄는 부대가 남침하는 북한군을 맞아 잣고개가 있는 문안산(文案山)[415m]과 봉화산(烽火山)[411m] 등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여, 임시 수도인 대구를 방어하는 데 큰 구실을 하였다고 한다. 

잣고개 산림욕장을 찾았을 때는 아직 벚꽃이 지지 않았을 때라서 마치 약간의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산림욕장으로 올라가 본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 가끔 산나물을 채취하는 한 두명만 눈에 뜨였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조형물로 만들어져 있었다. 물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 선녀가 목욕을 하는 것이 보인다.  홀어머니와 함께 금강산 기슭 골짜기에서 가난하게 살던 나무꾼과 하늘나라 선녀의 결혼 이야기는 널리 오랫동안 이어져서 우리들에게 친숙한 옛이야기 이기도 하다. 

인간관계의 중요한 한 축인 남녀관계와 결혼, 자아 찾기, 에 대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다. 옛이야기 속 결혼은 흔히 시련의 끝이자 행복의 시작을 상대방에게서 찾는다. 진정한 행복은 자신이 준비가 되고 나서 상대방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를 설화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연하게 찾은 행운에만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인생의 메시지를 읽어볼 수 있다. 

고전설화에 대한 이야기를 뒤로 하고 다시 잣고개 산림욕장의 위쪽으로 걸어서 올라가 본다. 산림욕장이란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하여 산림 안에서 맑은 공기를 호흡하고 접촉하며 산책을 할 수 있는 산림이다. 이 시기에 갇힌 공간에서 바이러스의 위협에 노출되는 것보다는 탁 트인 곳에서 맑은 공기를 호흡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지압을 해볼 수 있는 지압보도의 양쪽으로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숲 속의 수목은 상쾌한 향기를 내는데, 이는 테르펜류라는 탄화수소 화합물에 의한 것으로 인간의 정신, 특히 자율신경에 작용하여 정신의 안정과 자기 최면에 걸리기 쉽게 하는 효과가 있다. 1930년 레닌그라드대학교의 발생학자 V. P. 토킨이 식물에서 세균이나 원충류를 죽이는 물질이 방산된다고 제창했다. 그 물질이 지금은 잘 알려진 피톤치드(phytonci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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