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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0. 2020

팔괘정의 꽃

그렇게 바라보며 그리워한다. 

모든 것이 때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빨라도 안되고 너무 늦어도 안되며 적당한 때를 맞출 때 비로소 볼 수 있고 열리게 된다. 우연하게 찾아간 강경의 강경 돌산 전망대에는 팔괘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그곳에는 지금 이맘때만 볼 수 있는 꽃이 있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송자(宋子)로 불리고 조선 후기 기호학파를 대표하는 주자학의 대표인물 송시열이 스승을 그리워하고 바라보며 지었다는 팔괘정은 아름다운 곳이다. 

강경 돌산 전망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이팝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입하(立夏) 무렵에 꽃이 피므로 입하가 이팝으로 변음하였다는 설의 이팝나무의 꽃은 5∼6월에 피고 백색이며 원추상 취산 화서에 달린다. 못자리를 시작할 때 꽃이 한꺼번에 활짝 피면 풍년이 들고, 잘 피지 않으면 흉년, 시름시름 피면 가뭄이 심하다고 전하여오고 있는데 이렇게 잘 핀 것을 보면 올해 농사는 풍년일 듯하다. 

전망대라고 하지만 그렇게 높지  않은 곳에  자리한 곳이다. 그래도 살짝 숨이 찰 정도의 높이까지는 걸어서 올라가야 전망을 볼 수 있다. 강경 돌산 전망대의 대표적인 고택은 팔괘정이다. 충청도의 여러 지역에 가면 우암 송시열이 머물렀던 곳들이 있다. 이곳 논산 팔괘정과 명승 제110호로 지정된 노송과 맑은 물, 층암절벽이 빼어난 화양구곡에 암서재를 짓기도 했다.

전망대로 올라가다 보니 바위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흔적이 남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바위에 어떤 목적으로 구멍을 뚫었을까. 

전망대에 올라가면 강경의 여러 곳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전망대는 거기에서 바라보는 경치를 간판 모양으로 그려 지물의 명칭을 쓴 것이나 이곳처럼  야외의 경우 실내의 경우가 있다. 

날이 흐린 날 강경의 물결을 보기 위해서 찾아왔다.  비가 그쳤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조금 더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강경은 금강 수운의 변천에 따라 계속 변화를 해왔다. 철도의 계통과 개항 이후 강경의 지역 상업은 크게 변동되었으나 지금은 문화관광자원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전망대에서 보고 나서 돌아내려 와 팔괘정에 다가서 보았다. 흐린 날이지만 그런대로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다. 선진국의 국민들이란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면 자제하는 것이 기본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이루는 것이 조직이고 국가이다. 

유학자의 삶이란 고루하고 꽉 막힌 삶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 사색하고 어떤 것이 맞는지 계속 모색하는 과정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죽을 때까지 하는 것일 것이다. 

동백꽃만 꽃송이로 떨어지는지 알았는데 팔괘정의 옆에 심어져 있는 나무의 꽃도 송이채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여러 번 이곳을 찾았지만 벚꽃을 피는 것만 보았을 뿐 이 꽃은 본 적이 없었다. 조금만 있으면 꽃이 모두 떨어져서 이 모습을 만나볼 수 없을 듯하다. 

정신의 완벽한 독립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여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을 흡수하면서 변화한다. 그래서 주변에 누가 있는가에 따라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무게가 달라진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아직 어둡지만 녹색만큼은 더 진하게 색칠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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