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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1. 2020

강경 둔치

강경의 둔치길을 걷다. 

저 건너편에 있는 옥녀봉을 여러 번 올라갔지만 강경지구 다목적광장을 시간을 가지고 걸어본 것은 오래간만이다. 주차장을 비롯하여 인라인스케이트장, 숲 속 쉼터, 친수데크, 강경 나루터, 전망데크, 야생초화원이 조성되어 있다. 토목을 공부하면 토목공학 등에서 일본어가 참 많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토목기술은 일본의 기술이 바탕이 되어 발전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옛날 말로 고수부지(高水敷地)는 토목 용어의   ‘고수(高水)’는 고수공사(高水工事), 고수로(高水路)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식 조어로 부지는 말 그대로 빈 땅을 의미한다. 한강고수부지에 가서 쉬었어라고 하는 이야기는 고수가 되면 강의 물이 넘치는 곳에 쉬었다는 의미다. 우리말로 둔치가 맞는 말이다. 이곳처럼 강경 둔치 혹은 한강둔치라고 쓰는 것이 적합하다. 

둔치는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넘쳐서 자동차가 잠길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호우경보가 울리면 재난과 관련된 문자로 전달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물이 넘치지 않기 위해 너른 가장자리에 빈 땅을 확보하고 물이 잠겨도 괜찮게 해 둔다. 

그렇지만 평소에는 이렇게 시민들의 건강을 위한 여가시설로 활용이 된다. 충분히 너른 땅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것은 홍수 등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저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도 보이고 조깅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도 보인다. 면적으로만 보자면 한강둔치보다 더 넓게 느껴진다. 

저 멀리에 보이는 나지막한 야산이 바로 옥녀봉이다. 강경을 상징하는 곳이면서 오래전에는 물 수위를 측정하기도 했던 곳이다. 옥녀봉의 옛 이름은 강경산이라고 한다. 금강이 지나는 길 언덕에 위치한 강경산은 산정에 수운정이 있고 봉수대가 자리하고 있다.

둔치의 끝자락에는 운동시설도 있는데 곳곳에 있기에 편한 곳에 가서 운동하면 된다. 

이곳이 바로 수문을 조절하는 곳으로 아래를 보니 민물고기가 꽤나 많이 보인다. 물이 그렇게 깨끗해 보이지 않는데 적지 않은 물고기가 눈에 뜨인다. 뜰채로 떠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둔치에서 계단을 걸어 올라와서 나오면 강경을 상징하는 다양한 모습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올해의 강경젓갈축제는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옛 골목을 걸으면서 대중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여행기의 핵심에는 이를 향유할 수 있는 지리적 호기심과 즐거움이 핵심 모티브라는 것을 다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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