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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3. 2020

족속(族屬)

아산 맹씨행단

"너희 족속들은 씨를 말려야 한다"같은 대사를 역사드라마에서 흔히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족속은 성씨이며 한 통을 이어가는 혈연집단을 의미한다.  성씨를 이어간다는 것은 같은 피를 이어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생명의 물을 이어가는 것이지만 같은 DNA를 이어가는 것 이상의 공유를 의미한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자신의 성과 본관을 가지게 된다. 본관이 어디냐고 물을 때 모르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간에 출발점은 있다. 

소를 타고 피리를 부르면서 돌아다니는 이미지는 고불 맹사성을 상징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고 있는데 고불 맹사성의 고택이 있는 곳도 많이 바뀌어가고 있었다. 은행나무잎이 옆에 있는 것은 맹씨행단에서 행단이 바로 은행나무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재상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이 찾아오든지 간에 복장을 갖추고 예의를 다했으며 손님에게는 반드시 상석을 내주었다는 고불 맹사성은 말보다 느릿느릿한 소를 좋아했나 보다. 

이곳에 만들어져  있는 맹사성 기념관을 지난번에는 조성하고 있어서 못 들어가 보았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잠정 운영이 중단되어 들어가 보지 못했다. 성씨가 대표적으로 양반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조선시대다. 사회 신분과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고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고려의 성과 본관 체계는 조선시대에도 계속되었던 것이다. 

저곳은 체험관으로 사용되는 것인지 숙박시설로 이용될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어진지 얼마 안 되는 것으로 보아 올해 마무리가 된 듯하다. 

 맹 씨가 사는 은행나무 단이 있는 집으로 맹고불의 고택, 구괴정, 쌍 행수 등을 망라하여 "맹 씨 행단"이라 부르는 곳으로 들어가 본다. 재상이 된 맹사성은 평소 하인이나 노비에는 관대했지만 중요한 직책을 맡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엄격하였는데 이는 권한이 있으면 의무가 있음을 명쾌하게 보여준 그의 행보다. 

날이 유독 청명한 날 찾아가 본 하늘 아래 사적 109호로 지정된 저 집은 청백리(淸白吏) 맹사성(孟思誠) 집안의 고택(故宅)으로 정면 4칸, 측면 3칸의 ㄷ자형 평면 집이다. 

양반은 양민이 지는 일체의 국역을 면제받을 뿐만 아니라 지배 신분으로서의 특권을 누릴 수 있었는데, 이를 보증하는 것은 양반의 성과 본관이었다. 조선의 후기에 오면서 이 특권을 누리기 위해 족보를 사는 것이 비일비재했고 양반의 비중이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일부의 양인, 천민은 극히 힘든 삶을 살게 되었다. 

맹사성은 자신의 신분이나 집안에 그렇게 특권의식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이기도 하다. 성씨의 족속은 1894년 갑오개혁에서의 신분·계급 혁파 선언과 1909년의 민적법(民籍法) 시행을 계기로 많이 완화되면서 이후  성씨 제도를 통한 국가의 대민통제 등 정치사회적 성격은 완전히 없어지게 된다. 

고불 맹사성의 소박한 고택을 지나 뒤의 동산으로 올라가 보았다. 소나무가 군데군데 심어져 있는데 비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그림처럼 하늘과 잘 어울려 보였다. 다시 한국사회가 위축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고불 맹사성처럼 유유자적하게 잠시 복잡한 사회에서 벗어나 살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By. P.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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