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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4. 2020

여심찾는 여행

주흘산 자락의 여궁폭포

그림을 그릴 때 물감의 수가 많지 않다면 표현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미술인들에게 있어서 좋은 물감이 다양하게 있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학교 다닐 때 사용했던 그런 물감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한 물감은 상당히 비싸다. 비운의 화가였던 빈센트 반 고흐는 평생을 제대로 된 물감을 구하기 위해 동생의 도움을 받으며 살았다. 여행이란 인생이라는 화폭에 그림을 그리기 위한 물감을 하나씩 구하는 것과 같다. 

요즘에는 특히 날씨나 물가, 사회 등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여행을 하게 된다. 여행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좋은 컨디션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좋은 풍광을 보기 위해서 가는 것도 힘들다. 문경 주흘산에는 짙은 녹음의 푸르름과 폐부의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오는 맑은 공기를 맡으며 올라가다 보면 여궁폭포라는 곳을 만나볼 수 있다. 

여행을 할 때 행복해지는 이유는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가 크게 줄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외여행은 한참을 가기가 힘들 테니 국내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떠나는 것도 좋다. 여행을 가면 건강한 스트레스인 유스트레스가 분출돼 삶의 활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갇혀서 보내는 것보다 이렇게 개방된 곳이 더 스트레스에서 자유롭다. 유흥을 즐기면 그때만 즐거운 것처럼 느껴지지만 여행은 계속 여운이 남아 즐거운 감정이 진폭을 더하며 커진다.  

주흘산의 여궁폭포는 높이가 20여 미터에 불과하지만 옛날에 7 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곳이라고 한다. 그 모습이 여인의 하반신과 비슷하여 여궁폭포라고 불려지고 있는 곳이다. 

직접 와서 보면 왜 여궁폭포라고 불리는지 알 수가 있다. 갑자기 높이 치솟은 절벽이 막아서며 약 20m의 높이에서 바위와 바위 사이 좁게 파인 홈으로 수정같이 맑은 물이 좁고 길게 쏟아지는데 일반적인 폭포와 느낌이 다르다. 여궁 혹은 여심폭포다. 여심을 아는 것만큼이나 재미있는 일도 드물다. 

여궁폭로로 가는 길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주흘산의 은밀한 곳에 있는 데다 적잖이 다리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흘산을 오르는 등산객을 제외하면 늘 한적한데 이곳에 와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속세로 다시 돌아가기가 싫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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