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하소 백련지
우리가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자연을 만들었다는 존재는 오랜 시간 동안 신이라고 가톨릭 교회는 주장해왔다. 갈릴레이는 자연현상을 수학이라는 언어를 통해 양적으로 기술하는 합리적 과학 정신을 보여 주며 교회에서 자연이라는 존재를 증명했다. 그렇지만 우리 민족은 자연의 법칙을 이미 알고 절기를 통해 농사를 짓고 행사나 준비를 해왔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절기는 한 여름에 찾아오는 초복, 중복, 말복이다. 절기는 과학적인 원리에 의해 체험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태양계와 은하계 안에서 공전하는 별과 행성에 이르기까지 운동과 달을 보면서 자연의 변화를 알아냈다. 물론 갈릴레이와 뉴턴의 위대한 점은 언뜻 복잡해 보이는 자연현상에서 보편적이고 일정한 유형을 수학 법칙으로 정량화시킨 것도 사실이다.
쌀맛이 좋은 김제는 지금 한참 모내기를 하기 위해 모를 준비하고 있었다.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모가 준비가 되어 있다. 모를 심기 위하여는 물이 있는 못자리에 볍씨를 뿌리고 이 볍씨가 일정기간 생육되어 모가 되면 논에 옮겨 심게 된다. 초등학교 교과서 본 기억이 있는 이앙법이 바로 모내기 방법이다.
김제의 청운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하소백련지에서도 연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날이 더워지고 여름이 다가오니 아름다운 백련을 피울 시간을 보고 있는 것이다.
작년 초반에 이곳에 왔을 때는 보지 못했던 비가 세워져 있었다. 평론가였던 오하근 문학비로 한국 현대시를 정치하게 해석하여 비평의 깊이를 더했으며 전북 문학의 역사를 체계화하여 지역문학의 위상을 정립하였던 오하근 문학비라고 한다.
연꽃과 함께 풍광의 균형을 맞추기도 하는 것이 수선화다. 물에 피는 신선과 같은 꽃이다. 꽃을 수선화라 하는데 흰 꽃덮이가 노란 덧 꽃부리를 받치고 있는 모습이 마치 은 쟁반 위에 놓인 황금 잔 같다 하여 금잔은대(金盞銀臺)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하소 백련지 위에 자리한 청운사도 다시 돌아본다. 신화에서는 나르시스(Narcissus)를 흠모하는 에코(Echo) 요정이 있었다. 나르시스는 그녀의 간절한 마음을 거절했기에 에코는 숨어버리게 된다.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는 이런 나르시스에게 벌을 내린다. 자신만을 사랑했던 나르시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을 보며 죽어가게 된다. 에코는 사랑했던 이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며 슬픈 목소리로 "안녕, 안녕.."을 되풀이하는 메아리(echo)로 남게 되었으며 그가 죽은 곳에는 아름다운 꽃이 하나 피어났다. 사람들은 그 꽃을 수선화(narcissus)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