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에 가본 윤남석 고택
지인과 같이 윤남석 고택을 방문해보고 오래간만에 지나가는 길에 고택을 방문해보았다. 마당에는 오래된 고목이 있고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 있는 이 고택은 땅의 힘이 좋다고 생각되는 곳이다. 모든 집은 공간을 구성하는 형태에 따라 그 색깔이 달라진다. 슈마르조는 공간 개념의 근원을 '깊이 숨겨진 문화적 힘'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한옥 혹은 고택은 한민족의 깊이 숨겨진 문화적 힘이 스며든 주거공간이기도 하다.
날이 좋은 때에 윤남석 고택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아무렇게나 심어져 있는 꽃 같지만 아름다운 색채를 보여주며 고택의 정감을 더해주고 있다.
윤남석 고택은 예전에도 여러 번 와봤지만 특히 시계가 많아서 재미있게 살펴보았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시계를 좋아하고 그 디자인을 자세히 살펴보는 편이다. 이곳에는 다양한 명품 시계가 있는데 그중에 브레게도 있다. 브레게를 가장 사랑했던 사람 중 한 명은 프랑스의 마리 앙투아네트이기도 했다. 그녀는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만든 시계를 선보일 때마다 구입해 소유했다. 그런 그녀를 위해 최고의 시계를 만들어 주기로 했으나 보석과 파티를 좋아하며 사치를 일삼던 그녀는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후 프랑스인들에 의해 1793년 파리 콩코드 광장에서 단두대의 이슬로 생을 마치며 완성품을 보지 못했다.
몇 년 전에 이곳에 와서 잠을 잔 적도 있는데 고기를 구워 먹으며 청양의 구기자주를 곁들여서 먹었다. 오래된 한옥은 때론 어릴 때 느끼지 못했던 그런 색다름을 선사해준다. 집안에서 이런 고택을 소유했던 사람이 없었기에 고택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가끔씩 해보는 고택의 1박도 재미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꽃의 색깔은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다. 고택의 안쪽에 피어 있는 꽃으로 인해 마당은 꽃밭이 되어 있다.
지금 윤남석 고택을 관리하시는 분은 특히나 시계를 사랑하기에 시계를 소개할 때를 가장 좋아한다. 오래된 역사의 시계들이 즐비하다. 시계를 좋아했던 사람으로 고종의 아들이었던 순종이 있다. 덕수궁에 있는 고종에게 매일 전화로 문안을 드릴 때면 덕수궁 시계의 시각을 물어 창덕궁 시계와 맞추는 것이 하루 일과였을 정도였다.
마당에서 소중해 보이는 시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도 가지고 싶지만 가격대가 사악한 바쉐론 콘스탄틴은 순종이 소유하기도 했었는데 금으로 만든 회중시계의 다이얼의 뒷면에는 이화문이 새겨져 있었다. 구한말 비운의 왕가가 몰락한 뒤 어렵게 살아온 후손은 그 시계를 옥션에 내놓았다. 2010년 경매가 5천만 원에서 시작해 1억 2,50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었다. 지금도 디자인이 이쁘다 생각되면 보통 5,000만 원을 넘어서는 시계다.
한옥이나 고택은 층고가 높을 수는 있지만 2층으로 지어지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윤남석 고택은 청양을 대표하는 고택이기도 하지만 2층의 고택이 자리하고 있어서 항상 볼 때마다 독특하다는 생각을 한다.
자연에 있는 모든 형태는 필요성에 의해 창조된 것인데 한옥은 그걸 잘 활용한 건축물이다. 건축 양식이 자연의 유기체처럼 진화하듯이 한옥 역시 이 땅에 맞게 진화해왔으며 지역마다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바뀌어 왔다. 2002년 8월 10일 충청남도의 민속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된 윤남석 가옥은 시계에 대한 생각이 먼저 나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