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의 여정

장수읍(長水邑)에서 군산만(群山灣)까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다시 시작이 있다. 금강의 시작은 장수군에서 발원하는데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계는 대체로 장안산·수분령·팔공산을 잇는 선이기도 하다. 금강은 장수읍 수분리의 수분령(水分嶺, 530m)에서 발원하여 장수읍을 지나면서 북류하다가 장안산에서 발원한 장계천(長溪川)과 천천면에서 합류한다. 금경 유역의 환경을 관리하는 곳은 금강환경 유역청으로 대전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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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지역은 서해안의 계속적인 침강으로 익곡(溺谷)이 발달하여 하구가 넓고 깊기 때문에 하항(河港)의 발달과 내륙수운 이용에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호남평야의 젖줄이었던 이곳은 백제시대에 문화의 중심지를 이룰 수 있도록 통행의 공간이기도 했다. 부여의 구드레 나루터와 강경까지 이곳에서 배로 수없이 드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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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과 군산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곳은 강이 아니라 바다처럼 보일 정도로 상당히 넓다. 금강은 구석구석을 흐르면서 감입곡류(嵌入曲流)한다. 금강은 수많은 절경을 만드는데 금산에 가면 적벽강(赤壁江), 영동(永同)의 양산팔경(陽山八景), 무구구천동등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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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명칭은 웅진(熊津)과 함께 '(곰)' 계열어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옛 글자로 전음 되어 곰강은 금강, 곰나루는 한자로 웅진으로 변하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 공주를 의미하는 웅진시대 역시 젖줄 금강을 중심으로 유지되었던 문화다. 충청남·북도의 인구 중 50% 이상이 이 강 유역에 거주하며, 전라북도의 인구를 합할 경우 유역 인구는 400만 명 이상에 대전까지 합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금강에 의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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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린 화가도 많지만 소설가도 적지 않다. 금강이 하류에달하면 만조시 홍수가 겹칠 때 중·하류 평야지역의 여러 지류들로 물이 역류하여 범람이 잦았는데 이때에는 물이 황토색으로 흐려져서 탁류가 된다. 채만식이 소설 탁류를 쓸 때의 배경이다. 그 후 홍수피해의 방지와 안정된 관개용수의 공급을 위하여 1980년에 신탄진 부근에 대청다목적댐을 건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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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하구둑의 하류에는 동지 개·붕어·풀망둑·학꽁치 등이 서식하고 있다. 채만식문학관은 오래간만에 찾아온 곳이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탁류가 있지만 비슷한 흐름과 적절한 풍자를 이루는 '천하태평춘'에서는 이민족의 지배를 받는 현실을 '태평천하'로 믿는 고리대금업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대의 암흑을 풍자한 작품으로 탁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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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의 생전모습을 보면 유쾌한 느낌의 신사와 같아 보인다. 역사의식이 있는 소설가였으며 어떤 인물의 몰락 과정을 거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것을 암시하는 작품을 잘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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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미곡을 일본으로 반출하던 항구도시 군산을 배경으로 한 여인의 수난사를 그려냈는데 탁류는 범람하여 혼탁해진 금강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타락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 위선·음모·살인이 횡행하는 일제강점기 한국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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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대표하는 문학인에 대한 안내도 잘 정리되어 있다. 설화의 형식이나 기법을 가진 문체인 설화체는 채만식의 특징이기도 했다. 글을 읽다 보면 매우 어려운 단어와 이해하기 쉽지 않은 문장 구사를 하는 글을 볼 때가 있다. 자신이 가진 지식을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은 전달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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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문학관의 한켠에는 근대 격동기를 풍미한 지역별 문학인이 있다. 대부분 한 번 이상은 들어본 기억이 있는 문학인들이다. 노래가 먹먹한 시대를 잠시 잊게 만들어준다면 소설 같은 작품은 긴 여운과 호흡으로 새로운 용기를 가지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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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살았던 채만식은 얼마나 많이 금강을 바라보았을까. 작가는 시대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더 사실 같은 세계를 글로 풀어가는 사람이다.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해서는 끈질기면서 고독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채만식 문학관의 옆에 그가 쓰다가 버린 원고지들이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다. 자신이 쓰고서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리고 다시 쓰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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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문학관의 2층에 오면 흘러가는 금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금강은 발원하면서부터 멈추지 않고 끝까지 흘러서 금강하구둑에 이른다. 바다로 합류하기 전까지 금산분지(錦山盆地), 보은분지(報恩盆地),청주분지(淸州盆地),대전분지(大田盆地) 등 분지를 이루며 충적 평야를 만들고 사람들이 먹을 식량을 생산하게 도와준다. 갑천(甲川), 정자천(程子川), 주자천(朱子川), 무주의 남대천(南大川), 봉황천(鳳凰川), 보청천(報靑川), 미호천(美湖川), 유구천(維鳩川), 논산천(論山川), 유등천(柳等川)등은 모두 금강의 지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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