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통계로 보는 것이다.
토정비결의 토정은 이지함 선생의 호이며 그 후손이 이지함 선생이 상담했던 내용들을 잘 정리해서 내놓는 결과물이다. 기본적으로 주역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여러 가지 점에서 주역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운이라는 것은 단순히 사주와 이름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지함은 벼슬길에 나아가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적당한 해답을 말해주기도 했었다.
이지함 선생의 묘는 보령에 있다. 그 후손들과 함께 이곳에 잠들어 있는 이지함은 오늘날의 점을 치는 것에 대한 기반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주역에서 천지부라는 궤상은 하늘과 땅이 멀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하늘과 땅이 멀어지며 옛사람들은 천지개벽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것과 닿아 있다.
지식이 부족했던 사람들은 많은 책을 읽고 깨달은 사람의 말을 구하고자 했었다.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추정해볼 수 있다. 매일매일 의미 없이 보내면서 운이 좋아질 리가 없다. 경제적으로 좋아지고 싶다면 관련 분야의 지식을 얻는 것과 더불어 조금씩 투자하면서 변화를 읽어내야 한다. 일상의 변화가 없이 시간을 보내기만 해서 바꾸어질 것은 없다.
조선말 민생의 곤궁이 절정에 달하여 일신·일가의 화복만이 일차적 관심사로 등장하였던 당시의 상황을 반영해준다고 여겨지는 토정비결은 이지함이 조선 백성의 마음을 어루어만진 결과이기도 하다.
이지함은 의약·점·천문·지리·음양·술서 등에 모두 능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초가집도 아닌 흙담 움막집에서 청빈하게 살면서 토정이라는 호까지 붙게 된 인물이다. 이지함 선생은 재물을 가볍게 여겨서 남에게 주기를 잘했으며 세상의 화려함이나 음악, 여색에 담담하여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지함은 사육신 이개의 증종손으로 사육신 대부분이 멸족을 당한 것과 달리 이개의 집안은 완전히 멸족당하지 않아서 지금도 그 후손이 보존되고 있다. 박연폭포·황진이와 더불어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렸던 서경덕을 스승으로 모셨던 토정 이지함은 임진왜란 때 병조판서였던 백사 이항복을 제자로 두었고 율곡 이이와 남명 조식을 친구로 두었다.
지금은 익숙한 단어인 시공간은 아인슈타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전까지는 시간과 공간은 따로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과 공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시작점이 있다. 이전까지의 인생은 초기화되어 태엽이 풀려갈 뿐이다. 그러나 인생에서 각각 일어나는 사건은 얼마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이로운 것을 계속 이어나가면 운이 되며 좋은 기운이 오는 것이다.
토정비결에서는 괘상·괘사 및 월별 길흉을 말한 총 6,480구를 지니고 있는 이 책은 부귀·화복·구설·여색·가정 등 일개인의 길흉을 중심으로 내용이 이루어져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을지는 모르지만 이지함은 주역을 기반으로 통계와 결합하여 조언을 해주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