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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22. 2016

이웃집에 신이 산다.

신이 만든 머피의 법칙

유럽 브뤼셀의 평범한 아파트에서는 심성이 고약한 신이 살고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라는 프랑스 감성이 잘 살아 있는 영화다. 프랑스 영화들은 독특하게 시작하여 마무리가 훈훈한 것이 특징이다.  이전 작품에서도 독특한 색채를 그려온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프랑스 배우 까뜨린느 드뇌브, 욜랜드 모로, 프랑수와 드미앙, 벨기에 배우인 브누와 포엘 부르드가 출연했다. 


브뤼셀에 사는 아주 평범하게 생긴 신은 천지창조를 했지만 심성이 매우 고약하다. 각종 법칙을 만들어 인간을 골탕 먹이는 것을 낙으로 생각하며 살아간다. 아내와 딸에게는 소리 지르기 일쑤인데다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만 행동하려고 한다. 가부장적인 아빠의 행동이 못마땅한 딸 에아는 아빠가 사용하는 컴퓨터를 몰래 해킹에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죽는 날짜를 전송해버린다. 설마 하던 사람들은 하나씩 맞아 들어가자 혼란에 빠지기 시작하고 에아는 새롭게 신약성서를 쓰기 위해 6명의 사도를 찾아 나선다. 


수명을 안다면 신은 믿지 않는다?


영화의 괴짜 신은 사람들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을 낙으로 산다. 제어되지 않는 힘을 가진 존재는 상냥할 이유가 없다. 남을 배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아주 괴팍한 법칙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짜증을 유발하고 어떤 사고로 죽게 할지만 고민한다. 흔히 우리들이 말하는 머피의 법칙은 신이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수명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신을 믿지 않게 된다는 통계가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외팔 미녀 오렐리 내면의 음악 : 헨델_ 울게 하소서
모험가 장 클로드 내면의 음악 : 라모 _ 새들이 부르는 소리
19금 마니아 마크 내면의 음악 : 퍼셀_ 오 고독이여
로맨틱한 킬러 프랑수아 내면의 음악 : 슈베르트_ 죽음과 소녀
외로운 마담 마르틴 내면의 음악 : 율리우스 푸치크 _ 검투사의 입장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 윌리 내면의 음악 : 샤를 트레네_ 바다. 


창조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은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죽음의 존재를 강하게 인식한다. 죽음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삶에 안주하게 되고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자신이 죽을 시기를 아는 세상은 신의 지배력이 닿지 않은 세계다. 에아는 순수한 마음으로 인간이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찾은 6명의 사도는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신약을 쓰기 위해 임명된 사람은 늙은 노숙인,  한쪽을 잃어버린 장애 여성, 평생을 별 의미 없이 반복하며 살아온 중년 남자, 킬러, 사랑받지 못하는 늙은 여성, 성 정체성을 잃은 소년, 은둔형 외톨이 성도착 환자까지 모두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작은 울림의 연속이 있는 영화다. 무덤덤하게 그려나가며 관객들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사람들 내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있는 신의 딸 에아를 통해 헨델, 라모, 퍼셀, 슈베르트, 율리우스 푸치크, 샤를 트레네의 주옥같은 음악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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