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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22. 2016

조선 마술사

이 영화를 보다 잠들지어다. 

연기력만을 놓고 보면 조선 마술사에 등장하는 조연들은 화려하다. 곽도원, 이경영, 박철민, 손병호 같은 배우들을 모아놓고 이 정도로 망칠 수 있는 것도 감독의 역량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유승호의 연기야 평이한 수준이지만 고아라나 조윤희는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이 영화에 별로 애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냥 대충한 느낌마저 든다. 


이 영화는 보고 싶은 사람들은 유승호나 고아라의 팬으로서 그들에게 기부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보면 딱 좋다. 아니면 요즘에 잠을 잘 못 자는 분들이라면 수면제로 활용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감독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이 선택해도 좋다. 조선 마술사를 보면 나도 영화 한 편 만들 수 있겠다는 마음이 절로 드니 말이다. 


청나라와 전쟁에 패한 후 조선은 청나라 조정에 공주를 후궁으로 보내게 된다. 영화에서 후궁으로 보내지게 될 공주는 청명으로 사행단의 호위무사 안동휘와 함께 청나라로 가던 도중 의주에 머물면서 겪게 되는 일을 다루고 있다. 의주에서 조선 최고의 마술사라는 환희와 만나서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세 가지다. 마술, 사랑, 음모가 잘 그려져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그린 것이 없다. 마술은 마치 1960년대의 유랑단 수준에 불과하고 공주와 하층민의 사랑은 너무나 개연성이 떨어지고 이들을 위협하는 귀 몰과 사악한 무리들의 음모는 어설프다.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요즘 사극 영화의 트렌드처럼 아름다운 의상과 장면을 연출하려고 억지를 쓰지만 그냥 촌스럽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 후반이라고 말하고는 있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마치 옛날 중국 영화 신용문객잔처럼 어딘가 있을지 모른 그런 시대를 그리고 있다. 공주지만 팔려가는 것이 너무 싫은 청명과 그냥 우울할 때 그곳을 찾는다는 환희와의 첫 만남은 그렇다 치자. 이 둘이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이 그냥 막 어이없다는 느낌뿐이 없다. 


대체 이 둘은 왜 사랑하게 되었을까. 


어설프고 어설펐지만 그래도 피날레에서는 잘 마무리하리라 아주 조금은 기대를 했었다. 아래에 해당하는 분들은 감상해도 좋다.


- 고아라와 유승호가 너무 좋아서 그냥 막 퍼주고 싶은 사람

- 공주와 천민의 사랑을 통해 신분 하강되는 것에서 통쾌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

- 최근 잠을 못 자서 불면증을 겪고 있는 사람

- 그냥 막 억지 부리고 싶은 사람

- 처음과 끝이 꾸준하게 일관성 있게 재미없는 것을 보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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