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나를 넘어서는 것
북유럽 국가의 음악과 문학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과거 듀엣가수였던 야키다나 비교적 최근에 나온 그룹 Nonono의 음악도 취향에 맞는다. 북유럽 국가의 작가들 역시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중에 노르웨이 작가인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라는 작가도 포함이 된다. '나의 투쟁'이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어릴 때 한 번쯤 대충 읽어본 정치선언문인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의 아류작인가?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은 전반적으로 잘 쓴 책이라고는 보기는 힘들다. 문법이나 글의 흐름을 보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모호했지만 당시에는 독일 국민을 결집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수북한 수염과 깊게 패인 주름살이 인상적인 작가인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라는 작가는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가 쓴 글을 읽어보면 일상의 경험이 밀도 있게 농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매일같이 글을 쓴다는 그의 말에서 삶을 투쟁적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내 아이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 삶을 꽉 채워주지 않는다."
모든 작가들의 글에는 그 사람만의 삶의 색깔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모두 까발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라는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모두 드러내 놓는다. 자신을 꾸미려고 하지도 않고 부족한 부분도 솔직하게 글로 써 내려간다. 평범하지만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죽음을 온전히 경험한 것이 30대 초반이라고 한다. 나 역시 20대 초반의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인생의 반전을 맞이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려는 경향이 있다. 죽은 사람을 끝내 놓아주지 못하면서 자신들이 잘되기 위해 좋은 자리에 묻어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죽음을 멀리 놓기 위해 최대한 사는 곳과 먼 곳에 둔다.
"죽음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이렇게 충동적이고 일시적이라고만 할 수 없다. 우리는 모든 시신을 감추어둬야 한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가능한 한 지표면 가까이에 두어야 한다고 알 고 있다."
작가의 글쓰기는 투쟁이다. 투쟁은 매일같이 해야 조금씩 전진한다. 삶과 죽음 사이에 자리하고 살아가는 심정으로 오늘을 살아낸다.
"나는 어떤 때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지를 본다. 그럼 된 거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본 거다. 기억들, 내가 쓰면 그것들이 들고일어난다. 글쓰기란 이런 불러내기다." -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