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없는 지독히 현실적인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9년 만의 신작 소설이라는 여자 없는 남자들은 각기 관계없어 보이는 7개의 단편소설이 하나의 책으로 편집되어 나온 책이다. 드라이브 마이카, 예스터데이, 독립기관, 셰에라자드, 기노, 사랑하는 잠자, 여자 없는 남자들이 여자 없는 남자들에 담겨 있다. 책의 제목은 마지막 이야기인 '여자 없는 남자들'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여자 없는 남자들이 있듯이 남자 없는 여자들이 있다. 청년층이 연애와 결혼을 포기한다는 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있다. 항상 연애나 결혼의 문제를 단순히 취업이나 금전적으로 말하기에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재느라 하기 힘들고 없으면 없는 대로 상황이 안돼서 하기 힘들다.
연애를 못하는 사람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가장 많이 생각하는 스타일은 모태 솔로이고 다른 스타일은 연애를 해볼 만큼 해봐서 그 끝을 미리 예상하는 경우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까지 가지 않으면 반드시 그 끝이 있다. 설사 결혼까지 갔다 하더라도 한국의 이혼율로 보면 2쌍 중 한 쌍은 끝이 있다. 나머지 한 쌍 역시 한시한날 눈을 감지 않는 이상 끝이 있다. 어쨌든 혼자되는 시간이 반드시 생긴다는 점이다. 그런데 헤어짐에는 반드시 진한 얼룩이 남는다. 다음에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난다 하더라도 얼룩은 지워지지 않고 따라다닌다. 시간이 지나 얼룩은 조금 희미해질지 모르지만 마음속에 독특한 형태의 문양으로 자리한다.
연애를 해봐서 진한 얼룩을 남겨본 사람들은 연애의 기승전결을 너무나 잘 안다. 만나서 식사하고 손잡고, 여행 가고 설렘을 느끼며 스킨십을 한다. 그러다가 서로의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이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다투기도 하고 누군가는 참기도 한다. 그러다가 설렘과 사랑 감정의 무게가 헤어짐보다 가벼워지기 시작하면 다툼이 잦아진다. 더 이상 되돌리기 힘들다고 생각할 때 이별을 한다.
필자는 1인 가구의 증가의 가장 큰 이유를 소득이나 높은 부동산 가격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존이나 아프리카의 국가에 사는 저소득국가 국민들은 생존과 가정을 이루고 출산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가면 갈수록 교육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결혼에 대한 가치관은 변화한다. 인생의 최우선 목표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데 있지 않은 것이다. 자아실현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종족보존 같은 욕구를 넘어선 것이다.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 것이 의미 없다는 말은 아니다. 관심분야가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인간을 한 가지 잣대로만 평가하는 시기는 지났다. 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도 인정하기에 미국 역시 전체 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은 그런 사회변화를 소설로 풀어냈다. 용기가 없어서 혹은 미래가 훤하게 보여서, 여자가 죽어서 혼자가 된 남자들의 이야기다.
여자를 잃는다는 것, 남자를 잃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모퉁이 하나를 돌면 자신이 이미 그곳에 있음을 당신은 안다. 하지만 이젠 되돌아갈 수 없다.......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그건 여자 없는 남자들이 아니고는 이해하지 못한다." -p 327
사족이지만 일본 작가들의 소설은 지독히도 현실적이고 무덤덤하다. 한국의 소설들은 과장되고 수식어구가 넘쳐나는데 반해 군살이 쏙 빠진 그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