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침공

SF 재난 블록버스터의 기본?

곧 개봉할 제 5 침공은 미국에서 이미 개봉한 작품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소설을 먼저 읽어보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어서 개봉 전에 먼저 접해보았다. 일부 사람들은 외계인과 만나는 것을 기대(?)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구까지 올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존재라면 인간의 생명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책 제목으로 쓰인 제5침공은 외계인들이 인간을 말살하기 위해 최후의 단계이다. 조용히 찾아와서 인간의 문명을 무력화하는 제1침공은 EMP로 모든 전자기기와 전기를 끊어버렸다. 어둠이다.


제2침공은 대지진으로 상공에서 거대한 막대기를 초속 19km 속도로 지구에서 가장 불안한 곳에 떨어트려 엄청난 지진파를 만들어낸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10억 배 규모의 에너지 파는 모든 대륙을 집어삼켰다.


제3침공은 바이러스다. 지구상에 있는 새보다 바이러스 전파에 최적화된 동물은 드물다. 새에서 전파된 변형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지구 인구의 97%가 죽어버렸다.


제4침공은 침략으로 지구인들의 머릿속에 서로를 못 믿게 하는 불신을 심어서 서로가 서로를 죽이게 만든다. 그리고 제5침공... 이 책의 주인공은 캐시라고 불리는 여자다. 소녀라고 하기에는 나이를 먹었고 성인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나이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에게 생존법을 배우고 자신과 헤어진 새미를 찾아 떠난다. 캐시의 무기는 현대전에서 가장 우수하고 고장이 적다는 라이플인 M16과 다소 구식이지만 마니아에게 인기 있는 무기 독일제 권총 루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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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서로에게 불신을 심어주는 것일지 모른다. 불신이라는 씨앗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감정이다.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왔다고 생각한 군인들은 새미를 비롯한 아이들을 데리고 간뒤 남아 있는 사람들을 처리한다. 제4침공이다.


릭 얀시라는 사람의 소설은 처음 접해보았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소설의 제목을 굳이 번역하면 제5물결(5th Wave)이다. 한때 앨빈 토플러의 책들을 모두 읽어본 사람으로 제목으로만 접했을 때는 경제학 서적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내용은 아니다. 그리고 경제 쪽은 조금도 다루고 있지 않다.


주인공인 캐시는 소녀이긴 하지만 매우 강인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적당하게 보호받으며 민폐 캐릭터인 벨라나 화살은 잘 쏘지만 내면은 연약한 헝거게임의 주인공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클로이 모레츠와 잘 어울린다. 여성스럽지만 단호함이 느껴지는 캐릭터다.


나는 달짝지근한 새미의 냄새를 영원히 맡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여기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우글거리고 있고, 그중에서 '소리 없는 자'도 있으니까. 어차피 10대가 아닌 사람들은 모두 '소리 없는 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 p 537


만일 외계인이 우리를 찾아온다면,

나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했을 때

원주민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처럼

아주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스티븐 호킹


미국 헌법 수정 제2조 : 1791년에 제정된 미국인의 '무기휴대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총기 사건이 그렇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데에도 미국인의 총기 소유의 권리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광활한 땅의 미국에서 자신은 물론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권리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제 5 침공은 그런 미국인들의 생각이 저변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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