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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5. 2020

오량성의 낮과 밤

거제로 갔다가 나오는 길

지인과 여행하다가 7시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밝은 것을 보고 낮이 길어졌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양쪽에 있는 모든 에너지는 정점이라는 것이 있다. 6월 21일은 하지로 11번째 절기로  망종(芒種)과 소서(小暑) 사이에 있는데 낮의 시간이 가장 길며 감자가 제철이라 이때 나오는 감자를 하지감자라고 부른다. 하지는 양의 기운이 최고가 되는데  양기가 올라 음양의 기운이 서로 상충하게 되므로, 자칫하면 육신의 균형을 잃기 쉬운 날이기에 조심해야 한다. 

거제가 섬이었을 때 거제 입구의 오량성은 전략적으로 1차 방어선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오량성은 사등성과 고현성과 같은 축성법으로 쌓았는데 고려시대에 무인정권에 의해 살해당한 의종이 축조한 것을 조선시대에 와서 다시 수축한 곳이다. 

밤이 되면 동지가 연상이 된다. 대설과 소한 사이에 있으며 22번째 절기인 동지는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설’이라 하였다. 동짓날의 팥죽은 시절식(時節食)의 하나이면서 신앙적인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동짓날에는 동지팥죽 또는 동지두죽(冬至豆粥)·동지시식(冬至時食)이라는 오랜 관습이 있다. 

주변에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곳이다. 거제로 들어가는 시간은 대부분 이렇게 해가 넘어가고 잘 안보이기 시작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때론 통영에서 자고 낮에 거제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마치 고향 가듯이 거제로 저녁에 가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오량성은 성의 둘레 1,172m, 높이 2.61m, 너비 5m. 경상남도 기념물 제109호로 지정되었다. 

 이 성의 북쪽과 서쪽은 온전하게 보존되어 남아 있지만 동쪽과 남쪽은 많이 무너져 있는데  사방에 성문이 있었으나 지금은 동문과 북문의 성문을 마을의 출입문으로 사용하고 있다. 

거제에서 하루를 보내고 낮에 다시 거제 오량성을 보니 또 다른 느낌이다. 

다리를 놓기 이전엔 뱃길로 거제지역의 모든 물자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오량역(譯)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오량역은 고려 시대 때 생겼다가 폐원하고 다시 조선 시대 부활했는데 1500년(연산군 6년)에 역을 보호하기 위해 성(城)을 축성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지금도 구다리를 건너지 않는 이상 대부분 이 오량성을 통과해서 지나가게 된다. 오래전에도 고려시대의 왕족이나 유배를 온 사람들도 바로 오량성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성은 지형을 따라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대지 위에 평면 방형에 가까운 형태로 축조되었는데 인근 지역에는 농사를 짓는 일상을 볼 수 있다. 

굴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거제는 성이 적지 않은 곳이다. 대도시처럼 전체적으로 개발이 되지 않아서 그 원형이 잘 유지되고 있다. 거제시지나 사등면지엔 오량성이 둔덕기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돼 있는데 이는 오량성이 위치상 둔덕기성의 관방성 또는 관문성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밤과 낮의 시간이 교차하고 에너지가 바뀌는 순간에 이곳을 찾아와 보니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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