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먹나요?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음식은 냉면이다. 평양에서는 고기 안주에 감홍로를 마신 후 취하면 냉면을 먹으며 속을 풀었기에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는 말도 나오는 그 맛이 냉면이다. 육수의 맛을 좋아한다면 냉면, 차가운 맛을 보고자 한다면 冷麵, 음식으로서의 의미라면 국수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오래간만에 군산에 유명하다는 냉면집 세 곳을 모두 방문해 보았다. 한 음식점은 뽀얀 육수에 소고기 양지가 듬뿍 올려져 있고 어떤 음식점은 전통적인 육수에 면발이 얇은 것이 특징이고 마지막 음식점은 닭 육수에 평양냉면에 가까운 맛을 보여주는 음식점이었다.
면발도 중요하고 고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육수를 어떻게 우려내고 간조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냉면의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된다. 이 음식점은 적당하게 간 조절을 하고 우선 양념이 얹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굳이 식초와 겨자를 넣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은 맛이 특징이다. 군산의 냉면집은 공통적으로 고명을 오이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음식점은 깔끔하기도 하지만 간이 조금 강한 것이 특징이다. 면발의 목 넘김이 좋기는 하지만 겨자를 넣었어도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국물이 진하다. 간이 세면서 면발의 목 넘김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음식점의 냉면이 입에 맞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음식점의 냉면이 가장 입에 맞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국물의 감칠맛과 함께 그다지 간이 세지도 않고 위에 고명으로 얹어진 닭고기가 담백하게 잘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고려 중기의 냉면을 기록한 고문헌에는 '찬 곡수(穀水)에 면을 말아먹는다'면서 등장하기도 한 냉면은 칡, 메밀, 감자, 고구마 등의 다양한 가루를 이용하여 만든 면(麵)과 썬 오이 등의 생채소와 배 한 조각, 그리고 고기와 삶은 달걀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으로 한반도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긴 면발은 긴 수명을 상징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면을 함부로 자르지 않지만 대부분 가위는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