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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9. 2020

아리랑

일제강점기 민족의 혼으로 바뀌다. 

궁극적으로 여행이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지만 의미라는 것은 쉽게 입혀지지 않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정신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다. 전국에는 우리 민족의 삶을 담은 작가들의 공간들이 있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대표적인 작품으로 군산 채만식의 탁류, 통영 박경리의 토지와 김제 조정래의 아리랑이다. 아리랑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우리 민족의 혼을 담는 노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일제강점기에 아리랑을 부르는 행위는 나라를 잃고 수난을 겪고 있는 우리 민족의 한을 표출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며 민중들을 다시 하나로 모일 수 있게 하였다. 김제의 대표적인 여행지 벽골제에 가면 조정래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아리랑 문학관은 지금으로부터 17년도 더 지난 2003년에 김제시에 건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정래의 소설 아이랑의 원고와 시각자료가 전시된 문학 전시관으로 조정래의 근현대사 3부작 중 도입분에 해당하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글감옥에 갇히게 된다. 공간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갇혀 있게 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수많은 자료도 수집을 해야 하고 집필 과정과 퇴고 과정을 거치게 된다. 조정래는 아리랑과 태백산맥이라는 작품을 위해 15년을 넘게 보냈다고 한다. 

아리랑문학관은 건물 면적 422.49㎡ 규모의 지상 2층 건물의 규모로 지어졌는데 이 안에 전시설은 4개의 실로 구성이 되어 있다. 먼저 1층의 제1전시실에 들어오면 주인공들의 대장정이 담긴 각 부의 줄거리가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들은 신사 참배를 강요당했고 그들에게 맞서던 독립군은 살해당했다. 그리고 강제 이주 등을 당하면서 암울한 세월을 보냈다. 4부로 되었으며 12권의 방대한 분량에 걸쳐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사건을 다루면서 각 사회 계층을 대변하는 다양한 인물상을 보여주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고통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고통과 환희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게다가 경제적인 것이 받침이 되지 않으면 그 과정에 무거운 짐이 하나 더 얹어지게 된다. 조정래가 쓴 아리랑에는 조선의 얼과 몸의 또 다른 이름이자 끝까지 민족독립을 위해 싸워나갔던 무수한 민초들의 삶을 아로새겨져 있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동학군 궐기의 흔적을 만나고 일제의 토지 조사 사업, 의병 투쟁,  3·1 운동,  관동 대지진, 공산주의 운동의 전개뿐만이 아니라 만주에 있는 독립군 토벌 작전, 조선족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 일본의 진주만 습격, 위안부와 징병, 징용 등을 만나게 된다. 

지금은 이렇게 원고지에 써서 출간하는 사람은 극소수의 소설가들뿐이다. 그렇지만 글이 쓰이고 확인할 때는 모두 출력해서 봐야 한다. 스크린으로 보는 것과 출력해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스크린으로만 보고 소화할 수 있는 글과 책이라는 질감으로 만나봐야 하는 글은 분명히 있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제이미 베넷(콜린 퍼스 분)이라는 작가가 등장하는데  호수에서 글을 쓰다가 원고지가 날아갔는데 그걸 줏기 위해 추운 날 호수로 들어간 오렐리아에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글은 작가에게 그런 큰 가치가 있다. 조정래 아리랑문학관은 조정래가 자신의 생명을 바꾸고 얻는 삶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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