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육계 (苦肉計) 자신을 희생해 적을 물리치다
스파르타식 교육 혹은 스파르타식 훈련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스파르타는 그리스의 고대 도시국가로 수출상품중 1위는 바로 용병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전투를 위해 키워졌고 장성해서도 모든 역량은 전투를 위한 몸 만들기가 1순위인 나라였다. 스파르타가 살아남는 방법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건강한 남자들을 키워내는 것이었기에 그 어떤 교육시스템보다 더 격렬했다. 문명사회에서 그것이 맞는 방법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사람들을 위해 남겨놓기로 하자.
손자병법의 34번째 계책인 고육계는 스스로를 희생하여 결국에는 승리를 거머쥔다는 계책으로 적이 보기에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놓고 그 상황을 역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룬다는 것이다. 고육계는 어찌 보면 생존을 도모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영화 127시간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손목을 잘라내고 살아난 것처럼 때로는 살신성인의 자세가 필요하다.
영화 300의 주인공 레오니다스는 스파르타인들에게 유별난 숭배를 받았다. 헬레니즘 시대에 스파르타인들은 레오니다스를 기리기 위해 레오니다이움이라는 신전을 지어서 제전까지 열었다. 스파르타가 있었던 시대에 스파르타의 왕들은 죽은 뒤에 영웅 대접을 받았는데 그중에서 300명의 전사를 이끌었던 레오니다스가 가장 특별했다.
300 전사의 전설은 바로 테르모필라이 전투를 말하는데 그곳은 그리스 본토 중앙에 있는 좁은 통로였다. 북쪽에서 육로를 통해 접근하는 페르시아 군이 그리스 남쪽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길목이다. 기원전 480년경에는 바다를 끼고 있는 좁은 산길로 사륜마차 두 대가 안전하게 지나가기도 힘든 곳이었다.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스파르타의 정예군 8,000명 중 불과 300명의 군사만 급파되었고 그리스 연합 도시들의 연합인 펠로폰 네소스 동맹군도 불과 수천 명만 지원했다.
레오니다스와 300명은 자신들을 희생하여 스파르타의 정신을 고취할 작정이었다. 말을 전하는 1명 만을 남겨둔 채 모두 죽음을 불사하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스파르타인들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다. 한편 다른 도시에서 온 그리스 연합군은 스파르타 전사들과 다르게 생각했던 것 같다. 엄청난 페르시아 대군을 보고 그들은 후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심리적인 압박을 하기 위해 페르시아 군은 도착한 뒤 사나흘이 지나서야 공격을 시작했다. 시민 한 명 한 명이 철저한 훈련을 받은 스파르타군은 최고도의 전술을 보여주며 페르시아 군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당시 스파르타 인들은 페르시아 궁병이 쏘는 화살을 보고 이런 말을 한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 저들의 화살이 만들어주는 그늘 속에서 싸우게 될 테니!’ 중무장 보병들이 백병전을 벌일 때 사용하는 칼이나 검과 달리 화살을 여자나 사용하는 무기로 생각했었기에 가능한 말인 듯하다.
고육계를 레오니다스가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델포이의 신탁은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그리스가 승리를 거두려면 스파르타의 왕이 죽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고육계이다. 테르모필라이 전투에서의 패배는 고육계로 작용하여 그 이듬해인 기원전 479년, 스파르타와 그리스 연합군은 페르시아군을 격퇴함으로써 자유를 지키게 된다.
고육계는 삼국지에서 비롯되었는데 조조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는 채중과 채화 형제가 거짓으로 오나라에 투항했다는 것을 알은 주유는 역으로 계책을 세운다. 작전회의 중에 황개가 화평론을 고집하자 주유는 그 목을 베라고 한다. 다른 장수들이 간청하여 황개는 참수형을 면했지만 태형 백대를 맞게 된다. 며칠 후 황개가 보낸 감택이 조조에게 밀서를 가지고 간다.
그 밀서의 진위여부는 거짓 투항했던 채중과 채화가 증명해주었다. 당일 이경에 배를 보내겠다는 황개의 배는 갑자기 불길에 휩싸인 채로 조조가 계책 삼아 묶어놓았던 조조의 선단에 부딪쳤고 조조 병력의 절반이 무너졌다.
레오디나스가 보여준 고육계는 리더가 행동해야 할 그런 희생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