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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5. 2020

내려놓는 법

묘한 분위기의 사찰 괴산 백운사

우리는 살면서 반드시 움켜잡고 있어야 즐거움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식이 서툴러서 훨씬 더 많은 우울함을 가져오는데 이르게 된다. 1649년(인조 27년)에 큰 백마가 나타나서 이 산기슭 일대를 돌아다니며 살다 죽어 백마산이라 했다 하며, 이 백마의 무덤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는 산이 괴산에 있다.

백마산 자락에 자리한 백운사는 오래된 고찰이지만 직접 가서 보면 암자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1321년(충숙왕 8)에 창건하여 ‘대흥사(大興寺)’라 했다가 조선 영조 때 폐사가 되었으며, 1930년에 장우(長雨)가 초막 4칸을 세우고 백운사라 하였다고 한다. 1933년에 아산 봉국사(奉國寺) 승려 송제윤(宋齊潤, 1880∼1955)이 이 절을 인수하여 법당 3칸을 신축하였고, 1956년에는 법당을 보수하였으며, 1960년에 화재로 전소되자 명현(明鉉)이 곧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백운사는 백운산의 경사를 그대로 이용해서 지은 사찰이기에 가파른 편이다. 인생에 초고란 없다. 삶은 우리에게 초고를 써서 고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우리가 매번 만나는 초고는 사실 우리 인생의 정답이다. 퇴고할 수도 없고 새롭게 다시 쓸 수도 없다. 

백운사로 올라가는 길목의 계단은 세월의 흔적으로 인해 조금씩 무너져 있었다. 보수가 필요한 곳도 필요해 보였다. 영조 때 이곳이 폐사가 된 것은 영조 때 승려들이 힘자랑을 하다가 살인을 하였기 때문에 절을 철거하였다고 전해진다. 세상에 힘자랑만큼 후회될만한 것이 있을까. 

백운사에는 법당 뒤 칠성바위에 1941년에 조각한 칠성불(七星佛)을 비롯하여 1942년에 조각한 높이 3m의 불상과 산신상(山神像), 법당 뒤 바위의 미륵불상, 1966년에 발견된 높이 17㎝의 석조여래좌상 1구가 남아 있다. 

백운사의 앞에는 짓다가 멈춘 콘크리트 구조물도 있는데 어떤 목적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사찰의 바로 앞에 지은 것으로 보아 백운사에서 사용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뼈대만 만들고 지금은 공사가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불교에서는 '죽음을 생각함'을 대단히 중시한다. 인간으로 태어나 살 수 있었던 것은 완전히 과거의 선업을 이끌었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바위에 새겨놓은 불상의 모습을 보니 얼마의 시간이 되지는 않은 듯하다. 개성이 있으면서 매력 있고, 고귀하면서도 품위 있고, 일거수일투족에 훌륭한 교양이 한껏 드러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가르침이 아닐까. 

백운사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5기의 부도가 있다. 1기는 1955년 송운재가 건립한 것이며, 나머지 4기는 대흥사지의 산제당골(山祭堂谷)에 있던 것을 옮겨 봉안한 것으로, 4기 중에는 고려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괴산의 끝자락에 자리한 백운사라는 사찰은 무척 조용한 곳이지만 한 번쯤 거닐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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