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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15. 2020

정산면

비선거리 선정비와 정산성지

정산면은 학교 다닐 때 친구 때문에 처음 알게 된 지역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아주 먼 거리에 있는 것 같은 청양에서 살다가 이사 온 그 친구는 충청도 사투리를 아주 잘 사용하였다. 아마도 태어나서 제대로 된 충청도 사투리는 그 친구를 통해 처음 접해본 것 같다. 덕분에 정산면이라는 지역은 방학 때 몇 번 가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은 환갑잔치를 하지 않지만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골에서는 환갑잔치는 통과의례 같은 것과 비슷했는데 그때 정산을 다시 가본 기억이 있다. 

정산면을 지금 찾아가려면 의지를 가지고 가야 하지만 예전에는 이곳을 지나가야 보령에 갈 수 있었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정산면에 거주하는 분들의 식수원이 지하수였다고 한다. 식수원에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최근 지하수를 원수로 사용하던 충남 청양군 정산 정수장의 수원이 대청댐 광역상수도로 변경돼 오는 30일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된다고 한다. 

대청댐의 물이 이곳까지 온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대청댐의 물이 이곳으로 오면서 정산면 일원 주민 3000여 명은 일 2300t의 대청댐 물을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오래간만에 시간을 두고 정산면의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이런 풍광은 마치 일본의 시골마을을 갔을 때의 느낌이다. 오래전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다. 

정산면의 한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은 비선 거리라고 불리는 공간이다. 가장 오래된 석비와 유일한 철비, 마애비 등 세개의 비가 건립연대와 형태가 서로 다른 선정비들이 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특히 가운데 철비는 거제도에서 보고 오래간만에 만나본다. 철비의 특징은 치적이 훌륭한 현감이 있을 때 고을 백성들이 놋그릇과 쇠붙이를 모아 녹여서 만들었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한다. 

비선거리 선정비가 있는 곳에서 정산5일장이 자리한 곳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산성지가 나온다. 청양 출신인 이도기는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인 후 전 재산을 처분해서 선교에 사용했다고 한다. 정사 박해 때 체포된 이도기는 1년 동안 옥살이를 하며 모진 고문을 당했고, 끝까지 배교를 거부하다 목에 칼을 쓴 채 심한 매질 속에서 순교했다. 

이도기가 신앙을 지켜내고 순교한 옥 터 자리는 성지에서 50~60m 정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843㎡ 넓이 부지에 세워진 성지는 99.1㎡ 규모의 ‘이바오로경당’과 야외 제대, 십자가의 길 등을 갖추고 있다.

청양에 자리한 성지중 대표적인 곳이 줄무덤 성지인데 정산면에도 성지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일명 정산성지라고 부르는 곳인데 골목길 안쪽에 있어서 대부분의 외지인들은 알기가 힘들다. 

비선거리와 정산성지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서정리 9층 석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날은 흐리지만 서정리 9층 석탑과 그 앞에 조성된 백련지는 여름을 보여준다. 청양 정산 백련지는 400년간 지켜오다 2000년 정산면사무소 보수공사를 하다가 이곳에 백련을 옮겼는데 이식이 불가해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다가 토종 작물로 연꽃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서정리 9층 석탑 주변에 복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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