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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17. 2020

나무 아래

가르침의 진정한 의미

이 시대에 진정한 가르침을 전달하는 스승이 얼마나 될까. 최근 연세대의 논란에서 보듯이 이미 가르침이라던가 교육이 지향하는 바가 성공, 돈, 지위 등에만 국한되는 것을 보게 된다. 이 문제는 이 사회의 운동장이 얼마나 기울어졌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학벌에 얼마나 많은 혜택과 특권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교육이 확대되면서 대학교육의 본질적인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대학을 가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청양 정산면의 정산향교를 찾아가 보았다. 청양 읍치에서 대치(大峙)를 넘어가는 길인데 이 길이 오늘날 36번 국도변에 정산향교가 있는데 청아루를 비롯해 모두 7동의 건물이 남아 있다. 옛 지도를 보면 향교 오른쪽 아래에 동헌(東軒)이 그려져 있다. 지금은 청양의 조그마한 지역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청양현과 정산현으로 나뉘어 있을 만큼 청양지역의 중요한 곳이었다. 

옛 선비들은 공부를 하면서 한 여름에 많이 읽은 책으로 고문진보라는 책이 있다. 날이 추운 겨울에는 경서를 읽고 더운 여름날에는 고문진보를 읽는다는 말이 있다. 더운 여름날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청량감이 고문진보에 있었다.  생육신이며 문인이었으며 세종도 감탄했다는 매월당 김시습은 고문진보를 얻은 즐거움을 시로 노래한 적이 있다. 


세상의 옥구슬들 부질없이 다투지만

다 쓰면 마침내 한 개도 남음이 없네

이 보물 만약 빈 골짝에 갈무리할 수 있다면

속에 찬 모두가 옥처럼 쟁그랑거릴 것을.

정산향교의 위쪽에는 700여 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향교마다 고목이 자리한 것은 그냥 심은 것이 아니었다. 나무 아래서 유학자들이 제자를 가르였으며 성장과 성숙을 거듭하는 깨달음을 주었던 것이었을 것이다. 간밤 내린 비에 여름 더위가 한풀 꺾였다. 가르침은 일정 수준에서 많은 것을 누리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길로 나아감을 알려주는 데 있을 것이다. 

정산향교는 좌측으로 돌아서 들어가면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 지금 문화재 보수공사가 한참 진행 중에 있다. 일부는 교체되고 일부는 보수 중에 있다. 사람의 소리 중에서 가장 정묘한 것이 말이라고 한다. 향교 대성전에 모셔진 18현 율곡 이이는 문제 해결의 한 방법으로 성정의 올바름에 도달하기 위해 읽어야 할 모범적인 작품들을 모아 시선집을 편찬하는 일을 선택했는데 그 책이 정언묘선이다. 

좋은 작품과 가르침은 시대를 넘어서 늘 커다란 감동을 준다. 

청아루 뒤편에 와서 오래된 나무의 흔적을 지켜보았다. 향교 입구에 2층의 청아루(菁我樓)가 있고, 보수할 때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된 부분을 해체하고 자연석으로 대체하였다. 정산향교는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1847년(헌종 13)에 중건하였으며, 1927년에 명륜당 등을 보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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