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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8. 2020

벽진가야(碧珍加耶)

성주의 경산리 성밖숲 

금관가야의 김해, 대가야의 고령은 가야 연합국의 주축을 이루었던 고대국가였지만 그 외의 가야국은 알려진 것이 많지가 않다. 경상북도에는 상주와 이름이 유사한 성주군이 있다. 성주군에는 벽진가야가 있었는데 신라로 복속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성주가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참외 때문이다.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으로 낙동강과 대가천이 흘러들어 하천연안에 평야지대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성주군은 많은 지역이 주변으로 편입하면서 규모가 작아졌다. 주변에 고령군, 김천시, 칠곡군 등으로 지역이 이관되고 편입되기도 했다. 성주군은 고려초 이 지방 호족인 이총언(李悤言)이 고려 태조 왕건을 도운 공으로 인해 940년(태조 23)에 경산부로 승격된 곳이다. 

성주군에 갔다면 가장 먼저 보아야 할 것은 비보 숲이면서 마을숲인 성밖숲이다. 하나하나의 자태가 오래된 고목이면서 독특함을 자랑하는 수행 방비림으로 비보 숲으로 본다면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숲이다. 토착적인 정신문화와 함께 옛 성주읍성의 서문 밖에 만들어진 인공림이다. 

성밖숲은 노거수 왕버들로만 구성된 단순림으로 왕버들의 자태가 멋지다. 앞에 흐르는 하천의 범람을 막기 위한 기능도 하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고 치수가 잘되어 있다는 현대에도 수해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겪은 물난리는 지금도 생생하다. 이곳에 왕버들로만 심어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재앙을 막기 위해 밤나무도 심었는데 임진왜란 후 마을의 민심이 흉흉해지자 밤나무를 베어버리고 왕버들로 다시 조성하였다고 한다. 

성주군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광장이다. 광장의 곳곳마다 왕버들 고목의 자태가 수려하다. 인근 지역에서 이 성밖숲을 보기 위해서 찾아올 정도이니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곳곳에 성주를 상징하는 참외의 조형물이 눈에 뜨인다. 마트 등에서 스티커로 붙여져 있는 성주참외는 성주를 대표하는 여름과일이다. 

왕버들이라는 이름은 버들의 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왕버들은 수백 년을 살 수 있으며, 좀 오래되었다 싶은 나무는 보통 두세 아름은 거뜬하며 개울가에 터를 잡으며 성주군에 자리한 나무는 모두 나름대로 마을의 역사와 전설을 간직하고 있은 나무들이다.

왕버들은 물을 참 좋아하는 나무지만 1년 내내 물속에 있으면 숨을 쉬지 못한다. 물속에 자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무 중에 하나지만 1년에 한 번쯤은 물을 빼줘야 다시 1년을 버틸 수 있다. 모든 것이 과하지 않는 것이 오래갈 수 있는 동력원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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