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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30. 2020

삼복더위

창원 여름의 무학산

여름 별미라고 하면 보양식이 있지만 여름 별미는 계곡에서 음식을 맛보는 것에도 있다. 모든 사람이 오래도록 깨끗함을 누리기 위해 취사는 힘들지만 간단한 음식을 준비한 다음 계곡에서 먹으면 삼복더위가 잊히는 효과가 있다. 병풍처럼 막아선 무학산은 산의 형상이 마치 학이 춤추듯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자세와 흡사해 무학산이라 불리는 곳에는 동쪽으로 길게 뻗어 내린 사이에 깊은 골짜기가 형성되어 있으며 계곡 양쪽은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서원곡 유원지가 있다. 

무학산의 백미는 학의 머리에 해당되는 학봉으로 그 암봉미와 학봉 산역에 피는 진달래 군락이 어우러져 봄에는 절경을 보지는 못했지만 삼복더위를 잊혀주게 할 만한 여름에 계곡을 찾아가 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 시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는 곳으로 서원곡 유원지의 서원은 옛 회원 서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계곡에서 물이 흘러내려오는 소리가 꽤나 시원스럽다. 무학산의 기운이 물에 담겨서 흘러내려오는 것처럼 보인다. 운명의 세찬 바람에 날려 외로운 구름 하나로 남아 한 시대를 표류한 최치원은 자연 속을 거닐었다. 만날 고개에서 서원곡 유원지까지의 거리는 약 5㎞, 1시간 30분 정도의 구간이다. 

무학산의 기운이 남다른지 올라가는 길목에는 백운사를 비롯하여 원각사, 용주암 등이 자리하고 있다. 전국에 명산이라고 불리는 곳에 사찰이 없는 곳을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옆에 계곡뿐만이 아니라 다른 물줄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올라가는 길목에도 끊임없이 흘러내려오고 있다. 

서원곡 유원지 데크로드는 서원곡 입구 주차장부터 백운사까지의 1km 구간으로 2011년도에 설치가 되어 자연경관이 수려한 무학산과 서원곡 계곡을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게 해 주는데 올해도 정비를 했다. 

올라가기 힘들어 보이는 큰 바위 위에 비석이 있는데 고운 최치원과 관련된 비라고 한다. 어디를 가나 최치원의 흔적이 있다. 이곳에서 최치원의 길을 만나니 반갑다. 최치원과 관련된 유적이 창원에만 7곳이 있다고 한다.  최치원이 유랑하던 시절 자취를 한 자락씩 남기고 훌쩍 떠난 곳이다. 

서원곡 유원지에서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을 따라 백운사로 터벅터벅 걸으며 최치원의 생각도 느껴본다. 이 산에는 중턱에 자리한 해발 397m의 고운대가 있다. 고운은 바로 최치원의 호다. 살면서 때론 희망을 가져보고 실망도 해보고 정처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의미를 찾아보려고 한다. 모든 것은 때가 있고 순서가 있는 법이다. 

해변한보(海邊閒步) - 최치원

조수도 밀려간 모래벌판 걸어 오르니

해 지는 산머리에 저녁 놀 피어난다

봄빛이 길이 나를 괴롭히지 않겠지만

볼수록 취하는 고향 동산의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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