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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1. 2020

장수(長水)의 일상

장수의 호룡보루와 흥학당

전라북도 동부 소백산맥 서쪽 사면의 산간 지대에 있는 군으로 고대국가 시절 가야의 왕국이 자리했던 곳이 장성군이다. 고대 산업경제의 중심인 철 생산유적과 정보통신기술의 원조인 봉수유적들이 남아 있는데 가야유적뿐만이 아니라 장안산, 팔공산, 남덕유산과 덕산계곡, 동촌리 고분군을 비롯하여 다양한 문화재 등이 있다. 장수를 알기 위한 첫걸음으로 장수군의 경계선상에 있는 장수 호룡보루와 11개 성씨 대표들이 힘을 모아 후손을 교육했다는 흥학당을 찾아가 보았다. 

오래되어 보이는 보루는 독특한 양식을 가지고 있다. 이 시설물은 남북 분단 후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던 시기에 공산당 세력의 만행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축조한 보루이다. 석재를 사용하여 벽체를 축조하였으며, 벽체 중간마다 총구를 내었는데, 상·중·하단에 각각 4개의 총구를 엇갈리도록 설치해두었다. 

방어를 위해서는 접근해오는 적보다는 방어가 가능한 튼튼한 시설이 있어야 하며 주변을 잘 살필 수 있는 입지에 높게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경찰과 함께 지리산 빨치산에 대적해 전투를 벌여 승리를 거두는 등 광복 이후 무력 충돌로 치닫던 이념 대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보루의 안쪽으로 들어와 보았다. 지금도 당시의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역사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도록 개방해두었다. 전라북도에는 장수 호룡보루(등록문화재 제190호, 장수군 산서면) ‘임실 회문 보루대(덕치면 회문리 100-1)’와 ‘임실 운암 보루대(운암면 운암리 719, 720번지 일원)’에 대해 문화재로 등록이 되어 있다. 보루’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튼튼하게 쌓은 시설물로, 주로 소규모 성곽을 일컫는다. 

호룡보루가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흥학당이라는 강학당이 있다. 장성군의 사족들인 연안송씨(延安宋氏)·남원양씨(南原梁氏)·보성오씨(寶城吳氏)·문화유씨(文化柳氏)·충주박씨(忠州朴氏)·전주최씨(全州崔氏)·전주박씨(全州朴氏)·동래정씨(東萊鄭氏)·금계한씨(錦溪韓氏)·안음서문씨(安陰西門氏)·청주한씨(淸州韓氏) 등 11성이 뜻을 모아 1597년(선조 30)에 세웠다고 한다. 

개미가 수시로 흙을 물어 나르는 일을 배워 익히게 하는 것은 최근에 불로소득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개미는 작은 벌레이지만 배워서 흙을 물어다 작은 개미 둑을 이루고 나중에는 큰 개미 둑을 이룬다는 뜻에서처럼 노력하는 사람에게  큰 성과를 이루게 해주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길이다. 

교육이라는 가치는 상당히 중요하지만 과연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입덕문(入德門)’이라는 현판이 걸린 출입문을 들어서면 흥학당이 있는데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의 ㅡ자형 건물이다. 

임진왜란으로 왜적의 침입을 받고 난 뒤 자녀교육의 필요성을 느껴서 만들었다는 이 강학당은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47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일제시대에는 이 건물이 계남면사무소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며, 지금의 계남초등학교의 전신인 계남 보통학교가 이 곳에서 개교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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