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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2. 2020

글방 (-房)

글과 말이 가진 힘을 생각하며

지인에게 항상 말을 할 때 생각하며 말하라고 한다. 진의를 담지 않고 한 말일 수도 있지만 말에는 해석과 오해의 여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말은 즉시적인 효과를 발하지만 휘발성이 있으며 글은 오래도록 곱씹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언론이 진실과 상관없이 계속 같은 방향으로 쏟아내면 그것이 마치 진실처럼 생각되게 만든다. 사천의 바다를 보기 위해 찾아갔다가 시내 중심부 서금동에 위치한 노산공원을 먼저 찾아가 보았다. 바다를 향해 돌출된 언덕에는 박재삼 문학관을 비롯하여 잔디밭과 시민의 산책로가 조성된 곳이다. 

노산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러 갈래로 되어 있다. 사방에서 접근이 가능할 수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천천히 걸어서 위쪽으로 올라가 본다. 이곳의 지형상  남쪽 바다로 돌출해 자리를 잡은 노산공원은 옛날에는 물이 들면 섬이 되었던 곳이다. 섬이 되었기에 이곳에 큰 돌로 징검다리를 놓아두었는데 이는 사학기관인 호연재(浩然齋)가 있었기 때문이다. 징검다리를 노다리라 불렀는데 노다리가 있는 산이어서 노산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위쪽으로 올라오면 박재삼문학관과 책을 손에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책이나 글을 쓰는 사람은 정보를 만드는 사람이다. 책의 이야기가 밖으로 안으로 흐른다면, 사람은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의식에 자신의 의식을 내맡기게 된다. 글을 쓰는 사람이 소명의식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정시인 박재삼 선생이 노산공원을 배경으로 시심을 키웠다는 사연이 있는 곳에 옛날의 교육기관인 호연재가 보인다. 박재삼은 1949년 제1회 영남예술제(개천예술제) 백일장에서 시조를 써서 차상에 올랐다. 글을 쓰는 사람의 의식을 채우고 있는 생각과 신념과 발상들은 뇌 바깥의 세상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서정시는 정서적인 느낌이 있다. 정서적 환경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무형의 것을 창조하는데 발휘될 수 있다. 

박재삼 문학관에 오래간만에 다시 찾아서 들어와 봤다. 박재삼의 글방이며 그의 세계가 펼쳐지는 곳이다. 차를 마시면서 낭만을 이야기했던 시기는 진정한 레트로가 아닐까. 삼천포아가씨를 흥얼거려야 될 것 같다. 그 아가씨는 팔포매립지 해변 바위에 설치된 삼천포아가씨 동상으로 남아 있다. 

박재삼은 글을 쓰는데 왕도도 없고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오직 노력만으로 어느 수준에 도달할 수 있고 항상 어려운 것이 글이라고 한다. 

호연재는 영조 46년(1770년)에 건립된 학당으로, 구한말 호연재에 모인 문객들이 나라를 잃은 슬픔을 토로하는 시문집을 펴내자 일본 경찰이 1906년에 강제 철거했다고 한다

삼천포 앞바다는 전어의 보물 창고라고 하는데 물살이 세어서 고기 맛이 좋다고 한다. 올해는 먹거리를 주제로 하는 축제는 모두 열리지 않는다. 이맘때쯤부터 열리는 전어축제도 올해는 보지 못할 듯하다. 삼천포 어시장에 가보니 막 잡은 전어들이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지만 지인 몇 명이서 모여 먹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할 듯하다. 노산공원의 팔각정 전망대에 오르면 와룡산·각산 등의 산과 사천 시가지, 삼천포항, 한려수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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