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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4. 2020

생각은 현실

비가 쏟아붓는 날의 논산 종학당

생각이 현실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도 하고 분명히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음의 힘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생각을 표현하고 각종 복잡한 계산을 할 수도 있다. 사람은 자신의 품은 하나하나의 생각을 따라 주의가 움직이는 대로,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들어내도록 뇌에다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냈던 사람들의 흔적은 후세에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굳이 비가 많이 내리는 날 조심스럽게 논산의 종학당을 찾았다. 종학당은 공부하는 사람들의 공간이었으며 학자들의 생각이 이어지는 곳이다. 멀지 않은 곳에 대전도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지가 않는데 논산은 비가 적지 않게 내리고 있었다. 

논산 종학당에는 배롱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서 지금 이 시기에  찾아가면 분홍색 혹은 진한 선분홍의 배롱나무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배롱나무는 중국 남부가 고향이며 당나라 장안의 자미성에서 많이 심었기 때문에 ‘자미화(紫微花)’라고 했다. 대부분의 꽃들은 꽃대마다 거의 동시에 피는 경향이 있으나 배롱나무 꽃은 아래서부터 위까지 꽃이 피는데 몇 달이 걸리는 것이 특징이다. 

벌써 신발에 물이 가득 들어와서 처벅처벅 거리는 느낌이 그대로 발에 느껴진다. 

연못에 연꽃과 연이 가득 채우고 있는 시간이다. 누가 뭐라 해도 이곳은 정자와 같은 느낌이며 산속에 자연을 그대로 닮은 곳이기도 하다.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재빨리 이동해본다. 종학당에도 배롱나무가 아름답지만 예전에 가본 담양 후산리 명옥헌에는 배롱나무 고목 100여 그루가 모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롱나무 숲을 본 적이 있다. 다산 정약용을 만나기 위해 가본 강진 백련사, 고창 선운사도 배롱나무 명소이지만 종학당도 그에 못지않다. 

잠시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앉아서 아래로 떨어지는 비를 바라본다. 한 번 폭우가 휩쓸고 간 터라 땅의 힘이 약해졌기에 국도변이 위험할 수 있어서 오랫동안 머무를 수는 없었다. 

강학 공간이었던 종학당은 배롱나무가 가장 많이 심어져 있는 곳이다. 이 기회에 종학당도 전남 담양군 고서면에 있는 조선 중기 정원인 명옥헌의 원림처럼 배롱나무를 더 심어두는 것은 어떨까. 

종학당의 종학(宗學)은 조선 시대 왕족 자제들의 교육을 위하여 세운 특수 교육 기관의 이름이었다. 군자의 영향도 다섯 세대를 지나며 끝나고 소인의 영향도 다섯 세대가 지나면 끝이 난다고 한다. 논산이라는 지역에서 자신의 생각과 이룬 것을 이어가면서 후학에게 전해주었던 곳이 종학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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