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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6. 2016

싸이는 탐욕스럽다?

공인에게는 다른 기준이 있다. 

며칠 전 MBC의 PD수첩에서 건물주인 싸이와 세입자에 대한 방송을 했다. 건물을 구입한 싸이와 그 건물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던 세입자와의 견해 차이와 법적인 문제가 주된 내용이었지만 사실 한국의 불합리한 법제도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본적인 물음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싸이를 대변하고 있는 법무법인 중정 측에서는  "이 사건은 이미 법원의 공식적인 판결만 9건 넘게 선고됐고 판결문들을 보면 너무나도 명명백백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분쟁 중'인 것처럼 보도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식적인 판결이 여러 건이 나오면 그것은 정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뭐 법은 굳이 정의의 편에 서있지는 않다. 


과연 PD수첩은 강자의 입장에서 싸이에게 불리한 내용만을 방송했다고 볼 수 있을까. 방송을 보면 그렇지는 않다. 철저하게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어도 대중들의 인기로 돈을 버는 공인이라면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할 필요가 있었다. 자신을 대변하는 대리인의 뒤에서 난 잘못한 것이 없으니까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식의 태도는 그동안 자신이 보여준 음악적인 성향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입장에서 보면 임대인은 강자의 입장에 서있다. 반면 임차인은 약자다. 돈 있는 것이 죄냐고 묻는다면 죄는 아니다. 그렇지만 따뜻한 사회는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다. 돈이 전부처럼 보이는 한국사회에서 약자를 배려하는 법안은 아주 더디고 구멍이 숭숭 난 그런 어설픈 상태로 발의된다. 법이라는 것이 모호해서 그 틈새를 파고들려면 얼마든지  파고들 수 있는 구석이 있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보호는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싸이는 일반인이 아닌 공인이다. 적어도 그런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난 법대로 했어라는 말은 그냥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그런 자본가들에게서 충분히 많이 접했다. TV나 콘서트장에서 자신의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돈을 버는 그런 공인에게서까지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다. 


사회공헌 활동을 영어 약자로 CSR이라고 부른다.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자신들이 버는 돈의 상당 부분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는 것은 자신 혼자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사회와 시스템 그리고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PD수첩이 방송채널을 가진 강자 일지 모르지만 싸이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그러나 싸이는 임차인에 비해 엄청난 강자다. 싸이의 말 한마디에 온갖 연예뉴스에서는 임차인이 불리하게끔 만들 수 있는 기사를 쏟아낼 수 있다. 임차인의 채널이란 그냥 플래카드를 들고 앞에 나와서 하는 시위 정도다. 여러 명이 모여서 만든 카페에 들어간 돈은 4억이 넘었지만 양현석이 제시한 돈 3억 5천만 원이 팩트였다. 그런데 어떤 신문에서는 팩트에도 없는 10억이라는 돈을 기사 제목으로 쓰며 임차인이 탐욕스럽다는 식으로 기사를 뽑아냈다.


쥐를 몰아가더라도 퇴로는 열어주면서 몰아야 한다. 퇴로를 완벽하게 막아가면서 몰아가면 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한 가지뿐이 없다. 우선 살아야 하니까. 끝까지 싸우는  수밖에 없다. 


대중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재능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 있는 임차인의 처지를 생각해줄 수 있는 배려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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