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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6. 2020

만화루 (萬化樓)

나이에 걸맞은 삶이란 무엇일까.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나 잘못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허물은 그 사람의 유형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이유로 만들어지지만 허물을 잘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인간 유형인지 알 수 있다. 나이에 걸맞게 변화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 논어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김제의 금구향교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입구에 2층 누각으로 만들어진 만화루는 아름다운 이름만큼이나 여러 향교에서 발견할 수 있다. 

뒤돌아보면 그 나이에 합당한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삼십이립은 30세가 되어 드디어 배우는 일을 내 것으로 만들어 내 감각을 회복하고 스스로 서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20대에 많은 노력을 해야 배우는 일이 내 것으로 만들어질 수가 있다. 40세가 되면 그때까지 자신이 걸어갔어야 하는 길이 나도 모르게 헤맨 것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아야 한다. 

금구향교에는 입구에 자리한 만화루 (萬花樓)를 비롯하여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성전·명륜당·동재(東齋)·서재(西齋)가 남아 있다. 금구향교는 역사가 오래된 곳으로 고려 후기인 1390년(공양왕 2)에  건립된 곳이다. 

한국 사람들은 나이에 상당히 많은 의미를 담는다. 나이는 그냥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현명하지도 않고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스승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옛것을 되새겨 새것을 살릴 줄 알면 능히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유학에서는 말하고 있다. 과거를 살펴보면 깨달은 젊은 사람들에게 배움을 청했던 어른들의 이야기도 많다. 

벌어진 일을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는다.

해버린 일을 뒤에서 비관하지 않는다.

지나가버린 일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모두 헛일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고치는 일이다. 

금구향교의 주변 마을을 걸어서 돌아보고 다시 금구향교의 만화루의 앞에 섰다. 향교는 문화재활용 사업의 대표적인 대상 공간인데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금구향교로 들어오는 입구에 수많은 석비가 세워져 있는데 그중에 철비가 눈에 뜨인다. 철비는 딱 하나뿐인데 바로 관찰사를 지냈던 서상정의 영세불망비다.  본관은 대구(大丘). 자는 이응(而凝). 예조판서 서유령(徐有寧)의 증손자로, 홍주목사(洪州牧使) 서호순(徐灝淳)의 아들로 1866년(고종 3) 전라도관찰사로 병선(兵船)을 개수하여 군비를 정비하고, 세정(稅政)을 바로잡고 수재민을 구제하는 등 민정(民情)을 위무하는 데 힘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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