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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9. 2016

자토이치 2

진검승부를 해온 사람은 쉽지 않다.  

자토이치는 근거리 검술의 달인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바람의 검심 히무라 켄신과 바람의 검 신선조의 요시무라 칸이치로나 자토이치 2의 이치의 캐릭터는 일도류이지만 성향이 다르다. 히무라 캔신은 발검에 가장 큰 힘이 실리는 검술가인 반면 이치는 검을 쥐는 손을 자신의 방향으로 쥐는 근접 전투의 전문가이다. 전자는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살상의 목적이 첫 번째라면 후자의 경우는 방어를 하면서 상대방의 목숨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검술이다. 만화나 영화에서 히무라 켄신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짚어보면서 살인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역날검을 쥐지만 어쨌든 그의 검술은 속도와 힘을 요구한다. 


일도류가 강한가 이도류가 강한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미야모토 무사시의 경우 칼을 두개 사용하는 이도류 검술가였지만 단 한 번도 진적이 없는 사무라이다. 자토이치의 이치는 맹인이면서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 검술가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같은 훈련을 했다면 신체적으로 남자보다 근육의 힘이 약한 여자로서는 넘어서기 힘든 핸디캡이다. 이치에게 검술을 가르쳐주는 아버지 혹은 남자는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반적이지 않은 그런 검술을 가르친다. 철저하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검술이다. 


항상 모든 것이 진검승부 세계


부모가 씌워준 우산을 벗어나 사회에 나오면 모든 것이 진검승부의 세계이다. 그걸 대충 마주하던지 진지하게 마주 하는지에 대한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어떤 이들은 날이 서슬 퍼렇게 서있는 진검을 가지고 승부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목검으로 조금 더 대충(?) 살고 싶은 사람들은 죽도로 상대한다. 진검승부를 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적지 않게 받기는 하지만 순간순간 인생에서 항상 새로움을 깨닫게 된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고마운지 오늘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말이다. 


세상은 친절하지 않다.


자토이치의 맹인 검객 이치는 세상에 대한 분노가 있다. 다른 세상에 대한 아무런 관심도 따뜻함도 없다. 그냥 아버지를 찾고자 하는 일념으로 조용히 돌아다니지만 그녀를 남자들은 가만두지 않는다. 맹인이지만 미모가 남다른 그녀를 사무라이가 활개 치고 폭력이 묵인되던 시기에 가만히 두고 볼 남자는 없었던 것이다. 세상이 친절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녀는 누군가에 의지해 자신의 몸을 지키지 않고 자신이 직접 자신을 책임진다. 


자토이치 2를 보고 나서 바로 생각나는 배우가 있었다. 1973년생의 전도연이 2015년작 '협녀 : 칼의 기억'에서 보여주었던 맹인 검객 연기와 1985년생 2008년 당시 23살의 나이로 맹인 검객 연기를 했던 아야세 하루카와의 차이였다. 똑같은 맹인 검객의 연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허세와 감성팔이처럼 느껴졌던 전도연에게 느끼지 못했던 그런 검객의 깊이를 보여준 아야세 하쿠카를 보면서 과연 관객들은 어떤 연기를 바라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으로 살아온 그녀는 귀로 모든 것을 듣는다. 아주 사소한 차이도 알아내는 그녀의 귀는 검객으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소리는 눈보다 더 정확할 때가 많다. 


삶에서 진검승부를 해온 사람들은 어떤 분야에 있던지 간에 자신만의 색채가 강렬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 색채는 본인이 드러낼 수도 있지만 드러내지 않아도 묘한 이질감으로 다가온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디테일한 나무도 중요하지만 멀리서 보는 숲의 모습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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