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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7. 2020

명분

특권이 되는 직업은 없다. 

파업을 하고 있는 의료 집단들이 히포크라테스를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리스어로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에 모를 수도 있다. 의술이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다. 셰익스피어의 '아테네의 티몬'에서 티몬은 "의사를 믿지 마라. 의사들이 주는 항생제는 독약이고 사람을 죽인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성공이라는 환영에 위약 효과라던가 질병이 아닌 환자들을 생각하는 경향과 순응의 압력이라는 요소들을 더해야 하고 그런 요소들에는 통계적 사고가 부재한다.


차라리 서양의학보다 동양의학은 생각보다 역사적으로 조금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인생은 사망률 100%의 조건이다. 의사가 생명을 구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하는 일은 죽음을 늦추는 것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데에는 의학이 아니라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식량 생산량이 늘었고 위생환경이 좋아지고 거주환경이 나아진데 있다. 


OECD 대부분에서는 공공(미국을 제외하고)에서 적지 않은 의사를 양성하고 있지만 급속하게 경제가 발전해간 한국에서 의사들을 양성하는 것은 민간에게 맡겼다. 그 결과 집안 환경이 좋고 오랫동안 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있는 사람들만 의대에 진학을 하게 되었고 특권층이 생겼다. 공공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것도 보장이 되어주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문제는 그들의 특권의식이 공고해졌다는 것이다. 노동단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단체 활동이 비일비재해졌다. 최근 일부 전공의와 전임의의 집단 휴직과 일부 병원의 휴업으로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 이 단체들의 강한 특권의식을 알기에 지금까지 손을 대고 있지 못했다. 정부가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의료인력 확충 등에 대한 정책 발표를 한 이면에는 바로 여론을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때라는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모든 상황이 좋아진 다음에 정부가 의료인력 확충 등의 정책을 할 수가 없다. 그들의 반대에 부딪쳐 지금까지 제대로 통과시킨 적이 거의 없었던 것은 과거의 사례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의협이 마치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서 네 가지 정책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결국 돈도 많이 들였고 공부도 많이 했으니 우리는 경제적인 것을 충분히 누려야겠으며 의사수가 늘어남으로 인해 희소성이 희석되는 것도 싫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수능성적이 조금 낮은 사람들이 의사가 되면 돌팔이가 된다는 의견을 들으며 그들의 오만함이 극에 치달았다는 것을 보게 된다. 


수능성적이 높은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며 고상하며 생명에 대한 가치를 높게 생각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할 수 있을까. 수술실에 CCTV 설치를 반대하고 의료과실은 숨기며 각종 성범죄에도 다시 의사로 복귀할 수 있게 해주는 그들의 실체는 어떤 걸로 설명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가 주는 달콤한 과실은 그대로 맛보길 원하지만 자본주의의 본질인 경쟁은 외면한다. 대체 어떤 영역에서 그런 특권을 보장해줄까. 아~ 법조계도 있다. 이제 한국의 경제도 일정 수준에 이르렀으니 공공영역에서 의사를 배출하는 것이 당연하다. 민간에만 맡길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돈을 더 많이 주면 그곳에서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주장을 하고 있다. 왜? 국민의 부담을 증대시키려고 하는가. 


평균 수준의 머리를 가지고 11년을 공부하면 의사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의료에도 난이도가 있는 분야가 있다. 그런 분야는 실력이 있는 의사들이 하면 된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사교육을 받아가며 비단길을 달려 의사가 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분야가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같이 비교적 낮은 위험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분야에만 몰리는 것이 그들의 생각을 대변해주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권이 되는 직업은 없어야 한다.  명예와 돈, 직업의 안정망을 모두 가지려고 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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