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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0. 2016

캐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자랑할만한 사랑을 하려고 이성을 만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의 조건과 외모를 보고 판단한다. 그 결과 같이 가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가는척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참고 살던지 헤어지게 된다. 그것이 결혼이라면 그 끝은 더 우울하다. 


1950년대의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으로 자랑스러운 미국인을 상징하는 시기이기도 했지만 소련과의 무기 경쟁으로 인해 공산주의에 대한 극한 혐오감을 보이던 시기도 하다. 당시 미국은 여성에 대한 인권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지금은 미국 전역에서 동성애가 합법화되었지만 당시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때 캐롤과 테레즈의 동성애는 모든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온몸으로 감내하는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서로를 지탱하게 해주는 것은 캐롤과  테레즈뿐이다. 시간이 흘러가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그런 거리에서 이 둘만의 사랑만이 돋보인다. 


사랑은 이성만이 하는 것이다.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관계는 남성과 상대방이 여성일 때만 가능하다. 여성과 여성과의 사랑이나 남성과 남성의 사랑은 당연히 용납되지 못했다. 그런 사회 억압을 견뎌내지 못한 사람들은 자살에 이르기도 했던 때다. 여성는 사랑하는 남성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 되는 존재였고 그 뒤에 가려져 꽃의 역할만 하면 되던 시기였다. 주도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개선했던 코코샤넬같은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극소수였다. 여자는 남자에게 의지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이성이 있긴 했지만.


캐롤에게는 폭력적이지만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편 하지와 딸이 있었고 테레즈는 결혼하게 될 남자친구 리차드가 있었다. 캐롤은 수동적인 테레즈에 비해 주도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시도한다. 반면 테레즈는 그냥 남들이 다하는 결혼을 하려고 준비중이다. 테레즈는 왜 소극적이 되었을까. 여자들 중에 누가 봐도 그 남자가 별로인데 그냥 인연의 끈을 부여잡고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다시 시작하는 것도 두렵고 정말 자신이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안보이기 때문이다. 


여자 남자를 가리지 않고 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기준으로만 판단해버리기 때문이다. 테레즈의 남자친구 리처드는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으로만 테레즈를 챙겨주려고 한다. 


남자 : 난 이만큼 해줬는데 넌 왜 불만이야? -> 그건 당신 혼자 생각한 거지. 왜 내 이야기에 귀를 안 기울여? 

여자 : 자기는 내가 얼마나 잘해주었는지 알아?  ->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야. 나도 힘들어. 제발~ 



진정한 관계는 서로를  이끌어주는 데 있다. 사람마다 이루고 싶은 꿈이 다르다. 서로의 꿈을 독려해주고 이끌어주지 않는다면 긴 인생 살아내기 힘들다. 일방적인 강요나 사랑을 방자한 집착이 계속되면 그 끝은 비참하다.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내 가면서 캐롤은 묵묵히 테레즈를 기다린다. 


신뢰감이 없는 이성에 대한 심각한 내상(?)을 입은 사람은 쉽게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에게서 상처를 덜 입기 위해 자아가 철저하게 자신을 보호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음 사랑은 조금 더 따뜻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다. 이 영화는 그 어떤 것을 기대하지 않고 다음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작품이다.  


운명처럼 다가온 그런 눈빛이 있는 사람을 아직도 찾고 있는 1인으로 볼 때 이 영화는 가슴 깊숙이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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