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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1. 2016

검사외전

이 영화 흥행하는 게 이상하다. 

한국은 배급사와 멀티플렉스가 아주 끈끈하다 못해 꿍짝이 아주 잘 맞는 부부 사이나 다름이 없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는 생각으로 관객들을 무시하며 스크린을 독과점해버린다. 여기에 적당하게 언론 플레이해주고 출연한 배우들이 조금 돌아다녀주면 그냥 쉽게 돈 벌 수 있는 구조다. 설 연휴 특수를 누리며 관객수 600만 명을 돌파한 검사 외전에 호의적인 평을 하는 관객들이 많지 않은 것은 왜일까. 


전체 상영관 2,300여 개 중 1,806개가 검사 외전을 상영했다는 것은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관객들이 극장을 가면 볼 수 있는 영화가 거의 없다는 의미도 된다. 무조건 검사 외전을 보던지 다른 영화를 보려면 오래 기다리던지 비교적 새벽이나 심야에 봐야 한다. 그 상황에서 어차피 보러 나온 거 그냥 검사 외전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럼 여기서 본질로 들어가 검사외전은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재미없다.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검사와 사기를 치다가 감옥에 들어온 치원의 만남. 어딘가 모르게 쇼생크 탈출이 갑자기 연상되었다. 치원이 자신의 누명을 파헤쳐줄 수 있다고 생각한 재욱은 치원을 무혐의로 내보내고 계획을 세워 반격을 준비한다. 


설정은 나쁘지 않았지만 딱 거기까지만이다. 강동원의 코믹 연기가 있긴 하지만 그냥 조금의 볼거리에 불과했고 긴장감도 없고 코믹은 못 갖추고 어디선가 본듯한 내용을  짜깁기하다가 끝을 낸다. 이렇게 대충 만들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게끔 해준 영화였다.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들어가서는 본전 생각만 계속 생각하게끔 해주었다.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일 수 있다. 



스크린 독과점은 관객들에게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제작하는 관계자들 모두에게 결국 피해를 입힌다.  영화를 재미있고 잘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머 우리가 좌판을 싹 장악하고 있는데 굳이 힘들여서 좋은 상품을 만들 필요가 없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다양한 영화를 접할 기회를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 적당한 흥행배우를 기용해서 연기시키고 그걸 소모하게 만들면 된다. 황정민과 강동원의 정형화된 연기는 이제 식상할 정도다. 


그들의 후원(?)을 받는 언론사들은 매일 매일 흥행속도와 몇 명이 봤는지에 대한 기사를 쓴다. 한국 관객들은 다른 사람이 봤으면 나도 봐야지라는 그런 묘한 연대감(?)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흥행은 했지만 이상하다. 그 정도 볼만한 영화는 아닌데 대체 누가 보는 걸까? 관객들은 궁금해한다. 


CJ그룹에 속해있는 쇼박스, CGV의 활약상을 더 돋보이게 만든 것이 검사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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