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바꾸려는 미래와의 전쟁
적지 않은 관객이나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영화가 난해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얼마나 복잡하게 그렸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기사에서는 n차 관람을 해야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고 이해하는 것도 전혀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다. 테넷이라는 영화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보다는 물질의 엔트로피와 에너지 혹은 질량 보존의 법칙을 적당히 믹싱 해서 시간여행을 그린 것으로 보였다. 인류의 가장 치명적이면서도 엄청난 발견은 핵분열이다. 원자 단위가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은 새로운 발견이기도 했지만 그 안에 빛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원자핵이 깨지면 질량은 빛의 제곱의 속도로 움직이며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살아 있는 존재가 그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겠지만 찰나의 시공간의 균열이 일어날 수는 있다.
영화는 사물의 엔트로피를 반전시켜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미래 기술이라는 인버전을 등장시킨다. 엔트로피는 보통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어떤 형태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일을 하면 그 과정에서 에너지의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즉 시간의 방향에 따라 엔트로피가 증가하는데 예를 들어 총알을 발사하게 되면 화학적 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어 날아가게 된다. 총알이 날아가는 대신에 화학 에너지는 전환되어 없어지고 일부 마찰된 열에너지는 방출되어 날아가 버린다.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의 주도자는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과 사토르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아내 캣과 함께 작전을 수행한다. 아까 말했던 엔트로피의 결과를 엮으로 할 수 있다면 과거로 돌리는 결과가 된다. 문제는 전환된 에너지의 총량은 일정하지만 전환된 에너지 중에서 일을 할 수 없는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미래에서 과거로 가지만 그 과정이 명확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미래에서 과거로 가는 대신에 과거의 자신과 신체적인 접촉을 하면 소멸되어 버린다. 즉 물리학적으로 명확한 세계를 속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호흡기도 따로 달아야 한다. 우리가 내뱉은 이산화탄소는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데 미래에 내가 과거로 갔다면 정해진 엔트로피의 양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물리학 법칙을 위배하게 된다.
과거와 미래를 교차시키면서 하나의 시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서 보이기에 복잡하게 보이지만 자신이 여러 번 반복하면서 생기는 결과다. 시간을 거슬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에서 가져온 무기는 결국 과거의 자발적인 변화에 따라 엔트로피가 증가한 것이기 때문에 역으로 다시 엔트로피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영화를 관통하는 개념은 방출된 에너지와 결과를 역으로 돌리는 것이 과거로 여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쓸모 있는 에너지를 쓸모없는 에너지인 엔트로피를 만들어낸다. 올해의 기상이변 역시 지구가 감당할 수 없는 엔트로피 양을 증가시킨 결과이기도 하다.